"전세계 확진자 85.6%는 한국"…전수조사에 진심인 유일한 국가
[편집자주] 이달 31일 코로나19(COVID-19) 감염병 등급을 4단계로 하향조정한다.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단 의미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이다. 코로나19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1319일 만에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우리 곁에 있다. 또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끝이 아니라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방역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점검할 시간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보고된 시점은 2019년 12월31일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환자 27명이 발생하면서 한때 '우한폐렴'으로 불렸던 코로나19가 시작됐다.
국내 첫 확진자는 2020년 1월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후 한 달여 뒤인 2020년 2월17일 국내 첫 슈퍼 전파자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신천지발 대유행'이 번졌다. 지난해 3월17일에는 62만1056명으로 하루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하루에 469명이 사망하며 일일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지난해 7월 초에 시작한 6차 유행은 오미크론 BA.5변이가 주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말 전후로 7차 유행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XBB 계통의 변이 바이러스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지난해 8월31일 10만3901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하루 10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을 정도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었다. 지난 28일 기준 주간일평균 확진자는 3만6700명이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의미하는 치명률도 지난 7월과 이달 기준 0.02~0.04%로 낮아졌다. 정부가 오는 31일부터 사실상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이다. 첫 확진자 발생일로부터 1319일 만이다.
지난 28일까지 누적 집계 기준 확진자는 3443만6586명, 사망자는 3만5812명, 치명률은 0.10%다. 재진 등에 따라 중복 집계된 건수를 감안하면 올해 대한민국 인구 5155만8034명 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각종 방역수칙도 등장했다. 교회, 클럽,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통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입국자나 확진자는 의무적으로 2주일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실내외를 돌아다니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줄을 설 때 1~2m 간격을 유지하고 입장 시 이름, 출입시간, 전화번호 등 정보를 기입했다. 밤 10시 전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운영시간 제한 규제도 있었다. 한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경우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도 했다. 이른바 '방역패스'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발 대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5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올해 1월 대중교통·의료기관 등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방역을 점진적으로 완화했다. 이어 올해 3월 대중교통, 6월 약국·동네의원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현재는 고위험군이 밀집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에만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남겨둔 상태다.
1319일간의 코로나19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했던 피해는 많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지난 28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만 6개월 이상 기초접종자 수는 누적 4430만5295명이다. 접종률은 86.6%로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다. 일부는 백신 부작용을 겪고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8일 기준 누적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건수는 9만6485건이고 이 중 사망 18건 포함 2만4318건(27%)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결정했다.
법정 다툼도 벌어졌다. 방역패스 시행 당시 정부는 "방역패스는 피해가 발생하는 거리두기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예방접종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본권 침해란 반발이 나왔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다수 제기됐다.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잘못된 백신 수요 측정으로 예산이 크게 낭비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잔여 백신은 3475만회분이다. 지난해 정부가 구입한 백신 1회분당 가격인 약 2만3700원으로 계산할 때 8247억원가량이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되는 백신도 각각 1325만회분, 739만회분에 달한다. 내년(1384만회분)까지 3448만회분이 폐기될 예정이라 백신 폐기금액은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경제 손실은 연간 수십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제약사 MSD가 최근 발표한 경제적 비용 추정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례 기준 한국의 연간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경제 손실은 36조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직접 비용이 1조5100억원, 간접 비용이 34조7000억원이다. MSD는 최악의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2.0의 경우 한국의 연간 경제적 손실이 121조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다른 팬데믹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도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지속 발생 중이다. 이달 넷째 주에만 132명이 사망했다. 정재훈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다음 팬데믹이 또 오는 것은 매우 자명하다"며 "코로나19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고, 연간 2번 정도의 유행이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유행에서도 차분한 대응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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