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22년 만에 전주 떠나 부산으로…단장 "신뢰 관계가 깨졌다"

이상철 기자 2023. 8. 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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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신축 지지부진…"전주시, 동행 의지 없다고 판단"
최형길 단장 "부산 시민을 위한 농구단 되겠다" 약속
KCC 이지스의 전창진 감독(가운데). (KBL 제공)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농구 KCC 이지스가 전북 전주와 22년 동행을 마감하고 부산으로 터전을 옮겼다.

최형길 KCC 단장은 오랫동안 농구단을 아끼고 사랑해준 전주 농구팬들을 향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면서도 부산 농구팬들과 동행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를 전주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것을 승인했다.

2001년 5월 대전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한 KCC는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이전했는데 22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둥지를 옮긴다.

KCC는 2003-04시즌과 2008-09시즌, 2010-11시즌 등 3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주에서 영광의 시대를 보냈지만 전주시와 체육관 신축 문제로 신뢰가 깨지면서 연고지 이전을 최종 결정했다.

KC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전주실내체육관은 1973년에 지어져 시설 노후화 등 환경이 열악했다.

여기에 체육관 부지를 소유한 전북대가 국책 사업인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2025년까지 철거를 결정, KCC는 새 구장을 찾아야 했다.

기간 내 홈구장을 신축하면 되지만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전주시는 2016년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 체육관을 짓겠다고 KCC 구단을 설득했지만, 관련 사업은 지지부진하더니 아예 백지화 됐다. 결국 KCC는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냈다.

2022-23시즌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은 KCC 이지스의 마지막 전주 경기가 됐다.(KBL 제공)

최 단장은 뉴스1과 전화 통화에서 "구단은 7년 전에도 연고지를 옮기려 하자 전주시에서 떠나는 것은 막아달라 읍소했다. 그래서 잔류했고 체육관 신축을 기대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건립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의사도 있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기다렸는데 신뢰 관계가 깨졌다. 전주와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고지 이전이 확정됐지만 홀가분하기는 커녕 마음이 무겁다. 22년 동안 응원해주신 전주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KCC가 연고지 이전을 진행한 것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새 집을 찾기 위해 속도를 냈다.

최 단장은 "4월에 지역 국회의원이 체육관을 (구단 차원에서) 직접 건립하라는 요청을 했다. 그때부터 기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전주시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퓨처스리그 유치 협약식을 맺더니 6월에 (체육관 부지에) 야구장 건립 기공식을 하더라. 우리는 체육관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전주시가 우리와 동행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봤다. 내부적으로 이전을 결정하고, 모기업에 보고 드리며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KCC의 새 연고지는 2021년 KT 소닉붐이 수원으로 떠난 뒤 남자 프로농구단이 없는 부산이다.

최 단장은 "여러 지자체와 접촉했는데 제2연고지였던 군산에서 적극적으로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 지원금까지 약속했다. 다만 군산은 시장이 작은 편이다.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도 군산 홈 경기 관중은 2000명도 안 됐다. 이마저도 전주시에서 오는 팬들이 상당수였다"며 "기왕 옮길 거면 더 큰 시장으로 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형길 KCC 농구단장. (KBL 제공)

KCC는 수도권 이전도 고려했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SK와 삼성(이상 서울), 소노(고양), 정관장(안양), KT(수원) 등 10개 구단 중 절반이 있어 KCC가 올 경우 과도하게 밀집될 수 있었다. 최 단장은 "농구 저변 확대 등도 생각해 최종적으로 부산을 새 연고지로 결정했다. 부산시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KCC는 2023-24시즌부터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와 사직체육관을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최 단장은 "WKBL 일정을 살폈는데 BNK와 홈 경기 일정이 두 번 겹친다. 잘 조율해 나가겠다"며 "새 연고지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노력도 열심히 할 것이다. 부산시, BNK와 협력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할 계획이다. 앞으로 부산 시민을 위한 KCC 구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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