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도전 선언한 안세영…中린단 경지 오를까
올림픽·AG 외 수디르만컵, 亞선수권 석권해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배드민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사상 첫 단식 금메달을 안긴 안세영(21·삼성생명)이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제시했다. 배드민턴계에서 그랜드슬램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개념이지만 '슈퍼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첫 선수로 평가 받는 전설적인 선수 린단(중국)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세영은 지난 27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로얄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6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2-0(21-12 21-1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남녀부를 통틀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식 종목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간 한국 선수가 이 대회 남녀 단식에서 올린 최고 성적은 1993년 방수현의 여자단식 준우승과 1995년 박성우의 남자단식 준우승이었다.
안세영은 지난 29일 귀국길에서 향후 목표를 제시했다. 안세영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이다. 한 번씩 전부 우승을 해보고 싶다.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라고 밝혔다.
테니스에서 그랜드슬램은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뜻하지만 배드민턴에서는 그랜드슬램이라는 개념이 정립돼있지 않다.
다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혼합단체전(수디르만컵), 세계남녀단체전(남자 토마스컵, 여자 우버컵), 세계개인선수권, 전영오픈 등이 큰 대회로 꼽힌다. 여기에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시리즈 슈퍼1000대회(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중국오픈 등), 월드투어 파이널스, 아시아선수권 등도 메이저급 대회로 분류된다.
이 같은 큰 대회에서 역대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린 남자 선수는 린단이다. 린단은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세계선수권과 수디르만컵에서 각각 5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토마스컵에서도 6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린단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4개 등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성과를 거뒀다. BWF 슈퍼시리즈에서도 21번 우승했다. 이에 따라 배드민턴계 일각에서는 린단이 슈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천룽(중국)도 린단에 근접하는 성과를 낸 선수다. 천룽은 2016 리우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우승 2회, 수디르만컵 우승 5회, 토마스컵 우승 3회, 아시안게임 우승 2회, 아시아선수권 우승 1회 등을 차지했다.
현 남자단식 세계 1위 빅토르 악셀센(덴마크)은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2회 우승, 토마스컵 1회 우승, 유러피안게임 1회 우승, 유럽선수권 3회 우승을 거뒀다. 다만 수디르만컵에서는 동메달만 보유하고 있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안세영에게 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이 그랜드슬램에 가장 근접한 선수다. 마린은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땄다. 마린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그는 역대 유럽선수권에서 6번, 올해 유러피안게임에서 우승했다. 다만 스페인 대표팀 전력이 약해 마린은 단체전에서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안세영과 함께 현 여자단식 톱4로 꼽히는 선수들 역시 그간 화려한 성적을 냈지만 아직 그랜드슬램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여자 단식 세계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는 세계선수권과 우버컵,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아직 올림픽과 수디르만컵 금메달이 없다.
세계 3위 천위페이(중국)는 올림픽과 수디르만컵, 우버컵에서 우승했지만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아직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세계 4위 타이쯔잉(대만)은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아직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정복하지 못했다.
과거 한국 배드민턴 복식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은 그랜드슬램 수준에 근접했지만 끝내 도달하지는 못했다.
남자부 박주봉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수디르만컵,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지만 토마스컵에서만 우승하지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 2개에 빛나는 김동문도 세계선수권과 수디르만컵,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석권했지만 토마스컵만은 품지 못했다.
하태권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달성했지만 수디르만컵과 토마스컵 정상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용대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했지만 세계선수권과 수디르만컵, 토마스컵은 따내지 못했다.
여자부 길영아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수디르만컵, 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해봤지만 우버컵과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은메달에 그쳤다. 이효정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수디르만컵, 우버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지만 유독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없었다.
안세영 역시 한국 선수 역대 최초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세우기는 했지만 아직 그랜드슬램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안세영이 말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수디르만컵, 아시아선수권,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월드투어 슈퍼1000 시리즈 등에서 금메달을 따야 할 전망이다. 그러려면 부상 없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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