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수영 "'남남' 진희 정말 특별했다"

황소영 기자 2023. 8. 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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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최수영(33)이 지니TV 오리지널 '남남'과의 특별한 동행을 마쳤다. 인생작이자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호평 속 완주했다. '남남'에서 남촌파출소 팀장 김진희 역을 소화한 최수영. 사건보다 엄마 전혜진(김은미) 단속이 시급한 딸로 현실 모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시청률 1%대로 시작했으나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종회 5.5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뿐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을 채워가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남남'이었다.

-종영 소감은.

"작년에 촬영을 시작해서 올해 3월 중순쯤 끝났다. 7월에 방송이 된다고 해서 멀었다 했는데 이렇게 끝나 종영 인터뷰를 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회를 보다가 많이 울었다. 내게 각별한 작품인 것 같다. (전)혜진 언니를 만났던 순간들이 좋았고 이민우 감독님과도 끈끈한 동료애가 있어서 그런지 작품이 끝나니 떠나보낸 느낌이 들더라. 감독님, 혜진 언니도 울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같이 한 사람들이 느끼는 것만큼 행운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딱 3회 대본까지 먼저 봤는데 너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선한 드라마 같다고 느꼈다. 원작 웹툰을 찾아봤는데 웹툰도 너무 재밌더라. 웹툰과 설정상 다른 부분이 있어 그게 숙제이기도 했다. 은미의 안위에 대해 집착할 수밖에 없는 범죄 스릴러 상황이 생기면서 진희가 쿨한 마이웨이 캐릭터였다가 은미에게 집착에 가까운 걱정을 하는 캐릭터성을 보여줘야 했기에 원작 팬이 반가워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그건 대본이 나오면서 풀려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만의 진희 매력을 살리기 위해 감독님과 대화하며 풀었던 것 같다."

-흔히 드라마에서 봐왔던 모녀 관계가 아니었다.

"가족극이고 모녀의 이야기니까 어디선가 봤던 엄마다운 모성애란 틀을 가지고 둘(은미와 진희)을 바라봤던 것 같다. 감독님과 그 틀을 완전히 깨부수는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감독님이 은미와 진희는 서로에 대한 어떤 부채감도 의무감도 없는 관계라고 설명해 줬다. 그러다가 이제야 '엄마가 나를 정말 잘 키워줬구나!' '내 딸이 옆에 있어서 내가 버텼구나!' 이걸 깨닫는 거구나 생각하게 됐다.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기에 서로 남이 되어야 하는 모녀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1회에 엄마 은미의 자위행위를 목격하는 진희의 모습이 그려진다.

"진희가 어떻게 느꼈는지는 극 중 태경이랑 얘기하면서 드러나지 않나. 하지만 막상 그 장면과 맞닥뜨렸을 때 내 표정이 어떨까 상상만 했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세포가 다 뒤집어지는 느낌이었다.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더라. '나도 이런데 시청자는 오죽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은미 역시 전혀 개의치 않는 건 아니지 않나. 1회 대사 중 '야 모른 척하니까 편하냐?'라는 게 있는데 이게 은미다운 대사라고 생각했다. 클리셰를 부순 주인공들의 패기가 좋았다."
최수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혜진 언니랑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나눴던 대화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였다. 첫 회에 이렇게 센 사건이 일어났으면 그다음 회엔 새로운 자극을 줘야 하니 그것에 준하는 사건이 일어나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고 하더라.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의 포문이지 자극을 위한 센 장면이 아니라고 했다. 사실 원작 웹툰이 더 적나라하다. 감독님이 앵글에 잘 담아줘 걱정을 덜어냈다."

-엄마 전혜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은미와 혜진 언니는 완벽히 일치했던 것 같다. 사실 이전부터 혜진 언니의 팬이었다. 그간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나. 그런 역할도 잘 어울리지만 코믹 연기와 자유로운 생활 연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팬으로서 기다렸다. 톡톡 튀는, 당당하고 쿨한 사랑스러운 역할을 소화하길 기다렸는데 그 작품에 함께할 수 있다니. 영광스럽고 감동적이었다. 언니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하는 걸 보면서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인생캐일 줄 알았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걸 많이 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연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안 나눴는데도 호흡이 잘 맞았다.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방송 보면서 진짜 좋았다는 게 느껴지더라."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성훈 씨가 웃음이 진짜 많다. 무슨 얘기만 하면 깔깔 웃더라. 한 명 한 명 분위기메이커인 배우들이 모인 현장이었다. 제일 큰 목소리의 주인공이 감독님이었다. 우렁찬 목소리로 '레디 액션!'을 하면 정신이 번쩍 들고 그랬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늘 화기애애할 수 있었고 촬영 끝나면 기분 좋아진 상태로 집에 갈 수 있었다."

-5.53%란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마치게 됐다.

"숫자로 기대는 안 했는데 '한 번 본 사람은 끝까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가 가진 정서가 분명히 있다고 확신했다. 드라마를 보면 재밌어하는 포인트가 있지 않나. 나도 내 드라마를 하면서 '사람들이 재밌어하겠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언니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기하고, 박성훈 씨가 매력을 발산하고, 안재욱 선배님의 지질한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좋아하며 정주행 할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입소문이 나서 많이 보게 되니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

-시청자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반응은.

"'두 모녀를 보고 있으면 술 당긴다'라는 말이 좋더라. 장면이 맛있을 때가 있지 않나. 오감을 주는 그런 장면들이 꽤 있었던 것 같아 뿌듯했다."
최수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짜 엄마의 반응도 궁금하다.

"엄마가 정말 좋아했다. 마지막 회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엄마 또한 드라마 광팬이라서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고 정확한 피드백을 주곤 하는데 마지막 회에 은미가 진희의 빈 방을 보고 막 우는 장면이 너무 와닿았다고 하더라.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위해 내가 숙소로 갔을 때 빈 방을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진정 엄마가 자식으로부터 독립해야, 자식이 엄마로부터 독립해서 제대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드라마라고 하더라."

-크게 와닿은 장면이 있다면.

"마지막에 여행을 가게 된 장면이 많이 와닿았다. 평소 진희처럼 큰일을 큰일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단순화해서 흡수하는데 그게 괜찮아서가 아니다. 그렇게 살아지니까 살아지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여지없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진희가 약간 그런 타이밍을 마주하지 않나. '내 인생의 사건이 많았네 스톱. 떠나야 할 것 같아' 그러는데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그럴 때 사람이 조급해져서 뭔가를 막 하게 된다. 취미생활도 하고 자기 계발서 읽고 그러는데, 훅 떠나지 않나. 공감 가고 좋았다."

-실제로 진희 같은 딸인가.

"내가 안달이 나서 엄마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려고 했었다. 예전에 싸운 적이 있다. 엄마 부엌이 지저분해서 생일선물로 정리해 주겠다고 했다. 엄마가 내 루틴이 있는데 왜 바꾸냐고 하더라. 그럼에도 정리전문가처럼 수납칸 사서 다 정리하고 그랬다. 7시간 혼자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 근데 그 마음도 모르고 엄마가 짜증을 내더라. 그런 게 진희랑 은미 사이 같았다. 딸 입장에선 엄마가 삶을 윤택하게 살아야 직성이 풀리고, 엄마는 그냥 내둬 이런 스타일인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보니 진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진희와의 싱크로율은.

"난 겁이 좀 많은데 진희는 겁이 없는 것 같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배낭여행 갈 수 있는 정도의 깜냥은 안 되는 것 같다. 겁 빼고는 거의 일치해서 한 80%? 일에 있어서 완벽주의인 것도 비슷하다."

-촬영 종료 후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이 작품 끝나고 여행을 엄청 다녔다. 주변에서 '그만 좀 나가' 그럴 정도로 나갔었다. 진희를 털어버리기 위한 여행이란 좋은 핑계가 있었다. 프랑스, 스위스, 일본, 베트남 영국 등 다 갔다. 진희가 여행 떠나는 대본을 받고 그때부터 여행을 예약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하고 나면 날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런 시간이 허락된 것도 귀하고 좋은 핑계가 있는 것도 좋았다. 여행 외 시간엔 집에 많이 있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반드시 집에도 있어야 한다.(웃음) 자꾸 주변에서 다음 회에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는데 모른다고 까먹었다고 했다. 편집적으로도 감독님이 바꾸기도 했고 찍었는데 안 쓰인 것도 있어서 보는 내내 새롭더라."

-최수영이 아닌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는 캐릭터였다.

"연기를 할 때마다 내가 아닌 다른 대안이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스스로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다. 그렇게 말해줘 감사하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

"나란 배우가 가진 몇 안 되는 매력이 나오는 것 같고 이런 대사 톤과 장르가 잘 맞는구나 생각했던 지점이기도 했다. 현실감 있는 대사도 좋았다. 내가 만약 사극을 한다면 무슨 역할을 해야 하지 싶다. 판타지, 사극 이런 제안도 안 주지만 나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총 들고 활 쏘고 그런 거 너무 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대본을 볼 때 현실감 있는 대본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모든 대사를 쿨하게 표현하는 게 좀 있다. 필터 자체가 약간 쿨한 것 같다. 그래서 진희도 쿨하게 나왔다. 인생캐란 얘길 주위에서 많이 해주는데 진희는 정말 내게 특별한 존재구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처음 연기 시작했을 때는 아이돌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있었다. 안 좋은 피드백도 받다 보니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자존감은 높았다. 자존감으로 버티며 여기까지 온 것이나 다름없다. '나 소녀시대인데, 나 최수영인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로 증명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자신감은 없던 상태였다. '남남'은 최수영에게 자신감을 주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최수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남'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을 기점으로 '내가 뭘 안 해도 괜찮다. 뭘 안 하고 있어도 괜찮다'라고 내려놓게 됐다. '남남'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그런 게 생각한 걸 보면 '남남'이 준 성취감과 여운이 결과와 상관없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끝낸 최수영은 잘해서가 아니라 진희처럼 여행을 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간 많이 쏟아내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지 않나. 여행하며 차분하게 정리를 많이 했다. 예전엔 쉼 없이 선택했는데 이젠 진짜 진희의 빈자리를 메꿔줄 만한 캐릭터를 기다리고 싶다. 예능의 경우 내가 재밌어할 법한 것을 한 것이다. JTBC '알유넥스트?'를 할 땐 연습생들을 보며 즐겁고 행복하다. tvN '2억 9천'은 매회 너무 재밌게 보며 녹화에 참여했다."

-20대 수영과 30대 수영의 달라진 점은.

"20대 때는 내가 좋아하는 걸 입에 넣기 바빴다. 당장의 행복을 따르며 살았다면, 30대는 '네가 진짜로 이게 좋아?' '좋아서 하는 거야?' 좋아하는 걸 물어보는 것 같다. 20대 때는 '그거 못해요. 저거 잘할 수 있어요' 딱 그런 기준이 있었는데 30대 때는 '그걸 진짜 못하나, 왜 못한다고 생각했지?'란 출발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나씩 알아가는 타이밍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이 길을 정하고 왔기에 이 길 밖에 몰랐다. 근데 하면서 상처가 있지 않았겠나. 쌓이면서 내성이 된 게 아니라 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굳은살이 왜 굳은살이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나의 선과 벽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근데 그게 연기에서 보이더라. 30대가 되어서야 그 두려움이 뭔지 알게 됐다. 17살 데뷔해서 여태까지 살았는데 이제 와서 그 두려움을 벗겨내고 산다고 해서 더 이룰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시점이 된 것 같다. 예전엔 못하는 걸 두려워했는데 이젠 못하는 것도 여지없이 보여주고 싶다. '남남'을 보면서도 '정말 연기 못했지'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걸 여지없이 보여주고자 해서 스스로의 후회는 없다. 내게 힐링이었다. 못하는 걸 내려놓으니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10년 연인' 배우 정경호는 어떤 존재인가. 결혼 계획은 없나.

"'남남'이란 작품이 나왔는데도 결혼만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는 건 구시대적인 생각인 것 같다. 서로 좋으면 된 거 아닌가.(웃음) 이젠 또 다른 나 같은 느낌이다. 서로 하는 일이나 서로의 감정에 전혀 터치하지 않았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가 하는 일에 응원을 해주지 않나. 내가 스스로를 돌보지 않을 때가 많은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날 돌본다는 것, 내 감정을 돌봐주고 케어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거의 또 다른 내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극 중 은미와 진희처럼 각자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 그게 '남남'이 주는 메시지다. 연인도 가족도 마찬가지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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