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과 21세기 유일 핵실험국 북한
유엔 사무총장 "불신 고조시 인류 절멸' 경고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유엔은 2009년 12월 2일 제64차 총회에서 매년 8월 29일을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Nuclear Tests)로 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의 핵심은 "핵실험 종식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이날을 제안한 국가는 카자흐스탄이었다.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을 폐쇄한 날짜인 8월 29일을 기념일로 제안한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냉전 시절 구 소련 영토였다. 소련은 1949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핵실험에 성공한 국가였다. 소련의 첫 실험이 실시된 곳이 바로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였다. 총 456회의 핵실험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1991년 8월 29일 세미팔라틴스크 지역을 영구적으로 폐쇄했다. 이 지역은 아직도 방사능 수치가 높고 한때 이 지역에 거주했던 주민 가운데 백혈병 환자가 다수 나오고 기형아를 낳는 등 방사능 후유증이 심각하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제안한 것이다.
미국 쪽에도 이런 비극의 땅이 있다. 바로 태평양 마셜 제도의 비키니섬이다. 소련과 핵무기 경쟁을 벌인 미국도 1946년부터 1958년까지 67차례나 이곳에서 핵실험을 했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곳에서는 구소련의 체르노빌보다 수십 배 많은 방사능이 측정된다고 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은 2010년에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제 매년 이 날에는 세계적으로 심포지엄, 방송 등 핵실험 전면 금지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된다.
현재 모든 형태의 핵실험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다.
세계최강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이란, 이스라엘, 이집트 등은 아예 CTBT를 비준조차 하지 않았고,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은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맞아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 핵무기 1만3천개가 비축된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핵실험 금지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근본적인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각국이 핵무기의 정확성과 파괴력을 높이려고 하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불신과 분열이 증가한다면 이는 전멸로 가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갈구하는 국제사회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보유국들은 좀처럼 핵무기 보유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6월 공개한 2023년도 연감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는 5천889기로 가장 많으며, 미국은 5천244기, 중국이 410기, 프랑스 290기, 영국 223기였다. 이 다섯 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공식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이 밖에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파키스탄과 인도가 각각 170기와 164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적시됐으며, 이스라엘도 90기에 달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경우에도 올 1월 기준 30기의 핵탄두 보유국으로 포함됐다.
특히 북한은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핵실험을 벌인 나라이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6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또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이란 등 비밀 핵개발 의혹을 받는 나라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29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실비오 곤차토 유럽연합(EU) 대표부 차장은 "북한은 앞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도 없고 가지지도 못할 것"이라며 핵실험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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