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 6개 지역 동시다발 드론 공격···“개전 이후 최대 규모”

선명수 기자 2023. 8. 30. 15: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 본토 공격하지 않겠다”
젤린스키 밝힌 지 사흘 만에
키이우도 같은 날 공습 받아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북부 프스코프공항이 드론 공격을 받아 화염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러시아 공군의 주력 수송기 4대가 파괴됐다. 오스토로즈노노보스티/AP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미국의 거듭된 ‘경고장’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러시아는 공격 주체로 우크라이나군을 지목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도 같은 날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받았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해 최소 6개 지역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 북서부 프스코프주의 공항에 드론이 날아와 러시아 공군의 주력 수송기인 일류신 II-76 4대가 파괴되고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수송기 중 2대는 아예 폭발해 불길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미하일 베데르니코프 프스코프 주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프스코프 공항에 드론 공격이 가해져 군이 퇴치 중”이라며 이날 이 공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프스코프 공항은 민·군 공용으로 쓰이고 있는 국제공항이다.

밤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프스코프 시내에 폭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프스코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북쪽으로 700㎞ 가량 떨어져 있으며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국경과 가깝다. 이 지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가 끼어 있다.

다만 프스코프에 대한 드론 공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에도 프스코프의 송유관 건물에 드론이 떨어져 건물이 폭발했고, 지난해 10월에는 프스코프 베레드니키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정체 불명의 특공 요원이 폭발물을 터뜨려 러시아의 신형 공격용 헬기인 Ka-52 등이 파괴되기도 했다.

프스코프 외에도 모스크바, 오를로프, 브랸스크, 칼루가, 랴잔 지역에서 드론 공격이 보고됐다. 모스크바 3개 주요 공항의 모든 이착륙 항공편이 일시 중단됐다.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름반도에도 드론 공격이 가해졌다. 다만 프스코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번 공습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영토에 대한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대폭 늘려 왔다. 전쟁이 ‘러시아 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서방 동맹국들이 나토가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지 말 것을 무기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주로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드론이 공격에 활용됐다.


☞ 우크라 ‘값싼’ 드론으로 폭격기도 파괴…‘러 본토 타격’ 과감해진 이유는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8221657001

그러나 수도 모스크바가 6일 연속으로 드론 공격을 받는 등 전쟁이 러시아 영토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국무부는 지난 23일 “미국은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개 경고에 나섰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7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서방 국가들이 우리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본토 공격은 큰 위험이며, 우리는 완전히 고립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서방이 원치 않는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하지 않고 자국 영토 방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동맹국 ‘안심 시키기’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공격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와 흑해 일대에서 이뤄진 수상 드론 작전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공습 사실을 인정한 반면,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해 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도 이날 수개월 만에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았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날아온 러시아 미사일 28기와 드론 16기 중 15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파편에 최소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날 공습이 지난 봄 이후 키이우를 겨냥한 가장 강력한 공습이었다고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