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인 경찰관이 불 끄고 시민 대피까지

대구경찰청 기동대 하승우 순경
대전서 상가 화재 목격, 진압 나서 
화상 입고도 방문객들 대피 유도
"경찰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대구경찰청 제5기동대 하승우(28) 순경.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경찰청 경찰관이 대전에서 휴가를 보내다 화재 사고를 발견하고는 천장에서 불똥이 떨어지는 상황에도 진화 작업을 돕고 200명이 넘는 시민을 대피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제5기동대 하승우(28) 순경은 휴가 중이던 지난 25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상가건물을 찾았다가 1층 화장실 환풍기에서 불이 난 것을 목격했다. 그는 곧바로 건물 내 비치된 분말소화기를 찾아 나섰고 발견하자마자 상인들과 불을 끄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건물 복도로 확산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고, 천장에선 시뻘건 불똥이 건축 내장재와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하 순경은 얼굴에 낙화물을 맞아 다쳐 곧장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상가 건물 안을 뛰어다니며 위험 상황을 알리고 대피를 유도했다. 지하 2층, 지상 6층의 건물에는 당시 200명 넘게 머물고 있었다.

하승우(노란색 원) 순경이 휴가 중인 지난 25일 대전 유성구 한 상가 건물에서 화재를 목격하고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하 순경과 진압에 나선 상인들의 신속한 대처로 이날 화재로 다친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고 모두 가벼운 부상에 그쳤다.

불이 난 건물의 관리사무소는 상인들과 함께 불을 끄고 상가 손님들까지 대피 시킨 청년이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대구경찰청에 연락해 여러 차례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승우 순경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불길이 거세 빨리 진화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