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손 뿌리친 피프티 피프티, '중소돌 기적' 결국 물거품[종합]

김현식 2023. 8. 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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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항고
소속사 어트랙트 대표의 복귀 제안 거부
업계에선 템퍼링 방지책 마련 위한 움직임
피프티 피프티(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극적 재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소돌(중소기획사 아이돌)의 기적’을 쏘아 올렸던 그룹 피프티 피프티(키나, 새나, 시오, 아란)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의 전속계약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멤버들은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에 항고 결정을 내렸고 본안 소송 준비에도 착수했다.

가처분 기각에도 “소속사 복귀 NO”

피프티 피프티는 30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곧 항고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지난 28일 피프티 피프티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피프티 피프티는 △정산자료 제공의무 위반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활동 관련 인적·물적 자원 지원 능력의 부족 등을 신뢰관계 파탄 및 가처분 신청을 낸 주요한 이유로 들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전속계약 해지사유가 발생하거나 그로 인해 이 사건 전속계약의 토대가 되는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항고를 결정한 피프티 피프티 측은 “재판부는 ‘음반ㆍ음원 수입에 관한 정산구조, 음원유통사가 지급한 선급금 중 피프티 피프티 제작을 위해 사용된 내역 및 항목에 대한 미고지, 그와 관련된 대표이사의 배임 여부’ 등에 대해선 본안 소송의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와 별도로 위 쟁점에 대한 본안 소송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진행하고자 한다”고도 밝혔다.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는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멤버들이 소속사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멤버들은 이번 입장 발표로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며 독자 행보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으로 피프티 피프티는 당장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펼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선 멤버들이 여론 악화에 따른 부담감 등을 고려해 소속사로 돌아가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멤버들이 법적 분쟁을 이어가는 쪽을 택하면서 이번 사태는 장기전 구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어트랙트는 아직 추가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물거품 된 중소돌의 기적…템퍼링 문제 화두로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올 초 발표한 곡인 ‘큐피드’(Cupid)로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K팝 걸그룹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큐피드’의 속도를 끌어올린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이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소기획사 소속인 피프티 피프티는 단숨에 글로벌 음악 시장이 주목하는 팀이 됐다.

하지만 데뷔 7개월 만이자 빌보드 입성 후 두 달여 만에 멤버들이 전속계약분쟁을 시작하면서 성장 흐름에 제동이 걸렸고, 끝내 본안 소송까지 접어들게 되면서 ‘중소돌의 기적’이 물거품으로 끝나는 모양새가 됐다.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는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 신드롬은 곡 자체의 인기를 통해 일어난 것이라 팀과 멤버들의 브랜딩을 강화하면서 팬덤을 탄탄하게 쌓는 단계가 필요했는데 전속계약분쟁으로 인해 활동이 멈추면서 적기를 놓쳤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트랙트는 줄곧 템퍼링 의혹을 제기해 왔다. 프로듀싱을 맡겼던 외주업체 더기버스가 외부세력과 결탁해 멤버들을 불법적으로 빼내 가려고 시도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템퍼링은 주로 스포츠 분야에서 사용되던 용어다. 기존 소속 구단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선수가 비밀리에 타 구단과 부적절하게 접촉해 사전에 새로운 계약을 추진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인기와 인지도가 높아진 뒤 돌연 전속계약 분쟁에 나서 둥지를 바꾸려는 가수들이 늘어나면서 가요계에서도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특히 피프티 피프티 사태가 K팝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템퍼링 시도를 막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3개 단체는 최근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과 만나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3개 단체의 한 관계자는 “템퍼링을 통한 불법적 이적 사례가 늘어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신인 육성 및 발굴 움직임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방어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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