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에서 더블헤더? 남들 쉴 때 달렸던 키움, 잔여경기 편성도 서럽다
홍원기 감독 "불합리한 결정, 이해할 수 없어" 불만 표출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여느 때보다 많은 비로 인해 다른 팀들이 쉴 때도 돔구장에서 쉼없이 달렸던 키움 히어로즈였지만, 잔여 경기 재편성에서도 배려는 없었다. '돔구장 페널티'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9일 2023 신한은행 SOL KBO 정규시즌 잔여 경기 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더블헤더다. KBO는 가급적이면 하루 두 경기의 더블헤더 일정을 잡지 않으려고 했지만 올해 역대급으로 많은 우천 취소가 쏟아졌고, 시즌 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예정돼 있어 더블헤더 편성이 불가피했다.
일단 확정된 더블헤더가 10차례다. 추후 추가적으로 우천 취소 경기가 나오면 더블헤더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발표된 일정 중 눈에 띄는 것은 9월9일 한화와 키움의 더블헤더다. 이 경기는 키움의 홈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기본적으로 우천 취소될 일이 없는 돔구장에서 더블헤더를 치른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올 시즌 2연전 폐지와 관계있다. KBO는 올 시즌부터 팀 간 16차례의 대진을 팀 간 15경기(3연전 5회)를 벌인 뒤 남은 한 경기를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즉 한화와 키움의 고척 더블헤더는 우천 취소 경기가 아닌 양 팀 간 16번째 경기다.
문제는 이 경기를 굳이 더블헤더로 편성하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9월9일엔 고척 경기 외에도 잠실(삼성-두산), 광주(LG-KIA), 창원(롯데-NC) 등 4개 구장에서 일제히 더블헤더가 열리는데, 다른 더블헤더의 경우는 연속 경기 편성 등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반면 한화-키움의 경우 월요일인 9월11일을 포함해 9월13일, 9월14일, 9월30일까지 총 4일의 예비일이 있다. 고척 경기가 우천 취소될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4일의 예비일은 그대로 휴일이 될 전망이다.
키움은 더블헤더가 낀 주간 매우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주중에 창원에서 NC와 3연전을 치른 후 고척으로 올라와 더블헤더를 포함한 4연전을 치른다. 더구나 8일엔 야간 경기를 하고 9일 낮 2시부터 연속 2경기를 해야한다.
다른 팀들 역시 더블헤더를 치르는 일정이 빡빡한 것은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키움의 경우 고척돔을 쓰는 이유로 이미 다른 팀에 비해 휴식이 적었다는 특수성이 있다.
키움은 30일 현재까지 119경기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다. 우천 취소가 가장 많았던 KIA(104경기 소화)와는 무려 15경기 차이가 날 정도다.
올 시즌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날이 많았던 탓에 고척만 '나홀로 경기'를 치른 일도 허다했다. 다른 팀들이 주전 선수들과 필승조에 대한 휴식을 부여하며 '꿀맛 휴식'을 즐길 때 키움은 일정을 소화했다.
그렇게 남모를 고충을 겪었는데, 잔여경기 편성에서도 '더블헤더'가 포함된 빡빡한 일정표를 받아드니 억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일 수도 있다.
잔여 경기 편성표를 받아든 홍원기 키움 감독도 "그동안 우천 취소 없이 많은 경기를 치른 우리 팀 입장에선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KBO는 이에 대해 '형평성'을 근거로 내세웠다. 모든 팀들이 최소 한 번 이상의 더블 헤더 일정을 소화하게끔 하기 위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재 확정된 10번의 더블헤더 편성 중 키움만 유일하게 더블헤더가 한 번 이다. 나머지 팀들은 최소 2번 더블헤더를 하며, KIA는 가장 많은 3번의 더블헤더가 잡혔다.
하지만 키움의 입장에선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잔여경기 편성 이전 '돔구장'의 특성으로 많은 경기를 치렀다면, 잔여경기를 편성할 때 역시 '돔구장'의 특성을 반영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홍 감독은 시즌 도중 "올해는 비와 인연이 없다"며 여러차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주축 선수들이 지치거나 부상으로 빠져있을 때 한 번쯤 쉬어가고 싶을 때도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최하위로 밀려나며 순위 싸움에서 쳐진 현재 시점, KBO의 '기계적 형평성'에 따른 '돔 더블헤더'로 또 한 번 쓴웃음을 짓고 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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