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만 4개팀… 호남팬은 비통, 영남팬은 축제
프로농구 팬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KBL 최고 명가중 한팀이자 호남 스포츠를 대표하는 전주 KCC가 연고지 이전을 확정했다. 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를 전북 전주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농구 팬들은 경악을 금치못하고 있다.
전주하면 KCC, KCC하면 전주라고 할 정도로 양쪽은 그간 한몸처럼 팬들 사이에서 인식되어졌기 때문이다. 프로축구단 전북 현대와 함께 전주 더 나아가 전북, 호남 스포츠 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사실 KCC의 연고지 이전 문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2016년에는 수원 연고설이 강하게 대두되며 농구 팬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당시에는 농구를 사랑하는 KCC팬들이 하나로 뭉쳐 연고지 이전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주시 측에서 떠날 수 있는 명문을 너무 많이 제공했다. 특히 전주에 남는 조건으로 약속했던 체육관 신축문제 같은 경우 아직까지 착공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며 많은 이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거기에 전주실내체육관을 비우고 군산월명체육관을 이용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상 나가라고 등을 떠민 것이나 다름없는 쪽으로 해석해도 이상할게 없다. KCC는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팀이다. 조건만 맞으면 많은 지자체에서 달려들 수 있는 팀이다. 전주시는 아쉬울게 없던 KCC를 상대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고 결국 전북과 호남을 대표하던 명문은 이제 부산팀이 되고말았다.
최대 피해자는 전주와 전북, 호남팬들이다. 타지역 팬들 같은 경우 연고지와 관계없이 KCC를 응원하는 성향이 강했지만 호남팬들 같은 경우 연고지 의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간 호남을 연고지로했던 상당수 프로팀 가운데는 열악한 환경과 살림살이로 인해 가난한 이미지가 강했던 팀들이 적지않았다. 반면 KCC는 빅마켓이라 불릴 정도로 탄탄한 재정력까지 자랑하며 전주와 전북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학창 시절부터 KCC를 응원했다는 성민석(27‧직장인)씨는 “떠난다고해도 꽉 붙잡고 놓치지말아야 될 상황에서 여러 가지 빌미를 제공하며 명문 프로 스포츠팀을 스스로 포기한 꼴이 되고말았다. KCC와 함께 울고 웃었던 수많은 추억이 한꺼번에 날아간 심정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비참한 기분이 든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체육관 신축 약속을 손바닥 뒤짚듯 어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주시는 KCC와의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농구 인기가 예전만큼은 못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정 팬이 적지않으며 KCC는 그 인기의 중심에 서있는 팀중 하나다. 단순한 농구팀 하나를 떠나 그로인해 창출될 수 있는 지역경제 활성 효과와 도민들의 자부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정호영(58) 전 전라북도 도의회 부의장은 “전주 KCC는 전북 현대 축구팀과 함께 전라북도를 대표하던 프로팀이었던 만큼 이번 사건은 도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남을 듯 싶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고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KCC를 통해 향수를 달랜다는 이가 적지않았다. 그만큼 의미가 큰 존재가 사라지고만지라 아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설마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터지자 KCC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주시청 홈페이지는 연고지 이전에 항의하는 팬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한 때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으며 시청 담당과에도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물론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서 소잃고 외양간 고쳐달라는 식이 되고 말았지만 그만큼 팬들은 현재 마땅히 호소할 곳 조차 없다.
KCC의 부산 이전으로 현재 호남에는 프로 농구팀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어디 그뿐인가. 한때 2개까지 보유했던 옆 지역 충청도 역시 현재는 텅 비어있다. 서울 2개팀, 경기도 3개팀, 강원도 1개팀 그리고 경상도에 무려 4개팀(창원 LG, 울산 현대모비스, 대구 한국가스공사, 부산 KCC)이 몰려있다.
올시즌 KCC는 프랜차이즈 스타 송교창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며 비시즌간 최준용까지 영입했다. 기존 정창영, 허웅, 이승현 등과 함께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하며 서울 SK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리던 상황이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컸던 전주 팬들의 기대도 어느때보다 컸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치못한 연고지 이전에 전주 팬들은 비통한 눈물을 떨구고 있다.
하지만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 영남 농구팬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현대모비스와 비록 우승은 아직 없지만 홈팬들의 열기만큼은 최고인 LG가 탄탄하게 버티고있는 가운데 각각 인천과 전주팀이 차례로 영남권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농구의 고장이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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