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떠나 부산 택한 KCC…"전주와 신뢰 흔들렸기 때문"

김희준 기자 2023. 8. 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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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 신축 지지부진…"전주와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고 판단"
"부산이 유치에 적극적…부산 농구 열기 만들도록 노력"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형길 KCC 단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에서 열린 '제29기 제3차 KBL 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전주 KCC 이지스의 연고지 이전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2023.08.30.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22년 동안 연고지로 삼았던 전주를 떠나 부산에 새 둥지를 틀게 된 프로농구 KCC는 연고지 이전이 전주시와 신뢰관계가 깨졌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체육관 건립 등에 대해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동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대전 현대 프로농구단을 인수하면서 2001년 5월부터 전주를 연고지로 해온 KCC는 22년 만에 둥지를 옮기게 됐다.

정든 연고지를 떠나게 된 것은 전주시가 구단을 홀대한다고 느낀 데 따른 것이라는 게 KCC의 반응이다.

KCC에 따르면 1973년 지어진 홈구장 전주실내체육관의 낙후한 시설 등으로 인해 2016년과 2021년에도 연고지 이전설이 나돌았다.

2016년 KCC가 연고지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하자 전주시는 체육관 신축 등을 약속했고, KCC는 그대로 전주에 남았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 체육관을 2023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3월 기공식까지 개최했다.

하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8년째 새 경기장 건립 약속이 실현되지 않은 가운데 전주시는 최근 체육관을 지으려던 부지 인근에 프로야구 2군 경기장 건립을 추진했다. 여기에 현재 전주실내체육관 부지 소유권을 가진 전북대에서 KCC에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최형길 KCC 단장은 "올해 4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기는 했다. 새 체육관을 KCC에서 지으면 안되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다"며 "5월에는 전주시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하고, 6월에는 야구장·육상경기장 건립 착공식도 열었다. 전북대에서는 국책사업을 해야 한다며 체육관을 비워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겠나. 그때부터 연고지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전주시와의 신뢰가 흔들렸다.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온 것 아니겠냐는 판단 하에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KCC의 연고지 이전 검토 사실이 알려진 후 전주 농구 팬들은 전주시를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전주시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전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주월드컵경기장 일원 북부권 복합스포타운 부지에 들어설 전주실내체육관과 보조경기장이 2026년 동시 완공되고, 기존 홈 구장을 202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KCC의 마음은 떠난 뒤였다. KCC는 결국 연고지를 이전하기로 하고, 부산을 새 연고지로 택했다.

전주는 농구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도시였다. KCC 홈 경기가 열릴 때면 경기장이 꽉꽉 들어찼고, 응원전도 대단했다.

이에 KCC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최 단장은 "22년 동안 응원하고 사랑해주신 전주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마음이 무척 아프다"며 "전주 팬들만큼 충성도가 높은 곳도 없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자 프로농구단 유치에 적극적이던 부산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던 KCC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단장은 "박형준 부산시장께서 농구에 애정이 깊으시다. 실제로 농구를 상당히 잘 하신다고 하더라"며 "KT가 부산을 떠날 때 무척 아쉬웠다고 했었다. 적극적으로 유치를 희망했다. 우리 구단도 이왕 연고지를 옮길 거면 더 큰 시장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직체육관을 홈 구장으로 택한 KCC는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와 안방을 나눠 써야 한다.

이에 대해 최 단장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BNK와 경기 일정이 중복되지 않도록 협의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은 2021년 6월 KT가 수원으로 떠난 지 2년 만에 다시 남자 프로농구단을 유치하게 됐다.

최 단장은 "앞으로 부산에서 열심히 해서 농구 열기를 만들어보겠다. 많은 관중을 불러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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