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가 제때 조달 안된다"…'의약품 부족' 지구촌 신음
주요 국가, 법안발의 등 적극 대응
"역량 강화로 제약주권 확보 절실"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우리나라도 미지의 감염병 '질병 엑스'(Disease X) 위협에 대비한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등 의약품 부족 상황에 대응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 보고서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 5호'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촉발된 의약품 공급망 위기와 더불어 약값 저가 정책에 따른 제네릭(복제약) 시장 축소 등의 이유로 전 세계 의약품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각국에서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해열제, 진통제, 항생제, 필수의약품의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원료물질 부족, 배송 지연, 무역 제한에 따라 공급망이 타격받으며 의약품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보건시스템약사협회(ASHP) 조사 결과 코로나19 확산으로 항응고제, 간질치료제,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을 포함한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중단 발생 의약품은 주로 제네릭으로, 낮은 가격 등이 공급 불안정의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원료의 과도한 해외 의존도 의약품 부족의 근본 원인으로 꼽혔다. 올해 2분기엔 의약품 부족건수가 309개로 늘어, 최근 5년 내 분기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올해 6월 기준 일본 의약품 전체의 약 4분의 1인 3800개 품목 이상이 공급 정지나 출하 제한 상태로, 의약품 부족이 심각하다. 75%가 제네릭이다.
한국도 팬데믹 시기에 의약품 수급 문제와 해열진통제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완화된 현 시점에도 비염, 알레르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로 인해 슈도에페드린 제제의 수급 불안정 등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법안 발의, 행정명령, 보고서 발간, 국가 및 이해관계자 간 협력 등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여러 차례 법안 발의와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의약품의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을 제시했다.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원료의약품(API) 자국 생산 등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유럽의 경우 올해 1월 유럽의약품청을 비롯한 관련 기구가 의약품 공급 부족 조정그룹(MSSG)을 통해 항생제 부족 관련 주요 공급업체와 협력해 제조 역량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국가에서 승인되지 않은 의약품의 예외 공급 허용 등 일부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6월 후생노동성이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발표하고 제네릭 지원을 위한 의약품 상환가격 조정 등 약가 시스템 평가, 필요시 원재료의 공동 조달 등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후생노동성은 의약품 공급 부족 논의를 위해 전담 위원회도 운영했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 3월 '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필수의약품 적시 공급과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위한 규제혁신 및 지원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일부 국가 필수의약품에 대해 필요시 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상한금액 인상 등 안정적 공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료의약품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해 인센티브도 부여하기로 했다.
"생산·개발 역량 강화 통한 제약주권 확보 절실"
제약바이오협회는 의약품 생산·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제약주권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QbD(설계기반품질고도화) 도입, 공장 자동화·스마트화, 연속제조공정 시스템 도입을 통해 제네릭·원료의약품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각국의 공급처 다변화를 우리 기업의 의약품 수출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팬데믹 위험(Disease X)에 대비한 백신·치료제 R&D 대폭 확대 및 미국의 ARPA-H 같은 혁신적인 R&D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제약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의약품 공급 부족 대응을 위한 범정부적 협력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협회는 "민관협력을 통해 의약품 부족 요인을 파악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산업체의 역할 분담 및 범정부적 협력 체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 자급화 방안 마련 및 필수의약품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세제혜택 및 R&D 지원 확대, 자사 생산원료 사용에 대한 약가우대 기간 연장, 계열사까지 약가우대 범위 확대 등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필수의약품은 목록 확대를 통해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의 공급 부족을 방지하고 실효성 있는 약가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우리나라도 미지의 감염병 위협에 대응한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잠재적 의약품 부족 상황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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