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엔진 꺼져가는 독일···경기 부양 위해 4년간 46조 감세 카드
경기 침체로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독일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법인세 감면 카드를 꺼냈다.
도이체벨레(dw)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9일(현지시간) 연간 70억유로(약 10조원), 향후 4년간 320억유로(45조9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 조치를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베를린 근교 메세베르크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경기를 크게 부양시킬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독일 경제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각료들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메세부르크궁에서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법인세 감면 조치는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경기 부양 패키지의 일환으로, 최근 서구 언론들이 독일 경제에 대해 “또다시 유럽의 병자가 됐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4분기(-0.4%)에 이어 올해 1분기(-0.1%)까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성장률이 0%에 그쳤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독일이 올해 전 세계 주요 국가들 중 유일하게 역성장(-0.3%)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동·서독 통합 과정에서 ‘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로 경제 사정이 악화했으나 제조업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면서 2000년대 이후에는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를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 경제의 위축,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외부 환경이 악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부문 투자 위축으로 인한 사회기반시설 노후화, 비효율적 관료주의, 기업에 대한 규제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20년 전 독일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세계화 시대의 제조업 강국이 되었으나 시대가 바뀌었다”면서 “(독일의) 분열된 정치권은 장기적인 골칫거리와 단기적인 위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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