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무장관 5년만에 중국 방문한 날…영국 하원 “대만은 독립국가” 보고서 채택
영국 외무장관이 5년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화 기류 속에서 한동안 중국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던 영국도 대화 복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날 영국 하원에서는 대만을 처음으로 독립 국가로 공식 언급한 보고서가 채택돼 파장이 예상된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30일 중국을 방문해 한정(韓正) 국가부주석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클레벌리 장관은 이날 한 부주석에게 “양국이 오해를 피하고 의견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정기적으로 대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에 직면한 도전과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한 부주석은 “상호존중과 실무협력으로 중·영 관계가 새롭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클레벌리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무부장과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영국 외무부는 그의 방중에 대해 “영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레벌리 장관이 중국 방문에서 사이버, 국제안보, 인권을 포함한 보다 많은 국익을 추구하고 기후 변화와 같은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8년 7월 제러미 헌트 당시 외무장관 방문 이후 5년만이다. 영국은 2019년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이후 미국의 대중 견제에 보조를 맞춰 중국 최대 정보통신업체 화웨이의 장비 구입을 금지하고 홍콩·신장 문제 등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중국과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다. 중국에 대한 영국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리시 수낵 총리 취임 이후다. 수낵 총리는 중국을 ‘시스템적 도전’으로 규정했지만 중국과의 관계 유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클레벌리 장관은 이날 방중에 앞서 “우리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예방, 경제 불안과 핵확산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글로벌 문제들을 중국 없이 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연설에서도 “신냉전을 선포하고 중국 고립이 목표라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겠지만, 그것은 영국 국익에 대한 배신이자 현대 세계에 대한 고의적 오독이기에 잘못된 것”이라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정부가 중국이 제기하는 안보 위협을 무력화하는 노력과 무역·기후변화 등에서의 협력 강화 사이에서 복잡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클레벌리 장관 방중을 양국 관계 정상화의 신호로 해석했다.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중국도 영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그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양국 관계를 잘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며 “양측은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레벌리 장관의 방중 일정이 시작된 날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는 “대만은 이미 중화민국이라는 국명을 사용하는 독립 국가”라고 쓰여진 보고서가 채택됐다.
영국 하원 보고서가 이러한 내용을 명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대만을 지지할 만큼 대담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전 세계 첨단반도체 90%를 공급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과 경제 봉쇄를 막기 위해 정부가 동맹국들과 함께 제재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외교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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