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이름도 성도 가짜인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일본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감독 이시카와 케이,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 세 남자의 이름만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영화가 도착했다. '한 남자'는 거짓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의 비밀을 추적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해온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탄탄한 원작,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통찰력 있는 연출, 쓰마부키 사토시의 깊어진 연기가 어우러져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한 남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보였고 이번에 정식 개봉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올해 3월에 열린 46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각본상을 비롯해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조연상, 최우수여우조연상 등 주요 연기상을 휩쓸며 기대감을 키웠다. 최우수 녹음상, 최우수 편집상까지 8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답게 완성도가 뛰어나다.
변호사 '기도 아키라'(쓰마부키 사토시)는 7년 전 이혼 조정을 맡았던 리에(안도 사쿠라)에게 연락을 받는다. 어린 둘째 아들을 병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한 뒤 고향으로 내려온 리에는 가업인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만난 손님 '다니구치 다이스케'(구보타 마사카타)와 재혼해 가정을 꾸렸다. 임업을 하던 리에의 남편 다이스케가 작업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1년 후, 다이스케가 다른 사람으로 판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기도는 리에의 의뢰를 맡아 조사를 시작한다.
원작 '한 남자'는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가 등단한 지 20년 째던 2018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변호사 기도는 '다니구치 다이스케'의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가 누구인지 밝혀나가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한다. 작가는 일본 사회에서 재일교포 3세, 변호사, 남편이자 아버지, 중년 남성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기도가 자신이 누구인가를 자문하는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의 깊은 의미에 빠져들게 한다. 소설 '한 남자'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8년 70회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고, 2019년 16회 일본서점대상 5위를 기록했다.
'한 남자'의 연출을 맡은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미스터리 스릴러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2019), 음악 영화 '꿀벌과 천둥'(2020)으로 알려졌다. 소설을 영화화 한 두 작품 모두 세련된 영상미와 원작의 핵심을 꿰뚫는 연출로 주목 받았다. 특히 장편 데뷔작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에서 보여준 사회 문제와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이 담긴 연출은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이름을 선명히 기억하게 만들었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과 '한 남자'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장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진실을 밝히려는 주인공과 사회 문제, 정체성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닮은 꼴 영화다. '한 남자'에서도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원작의 핵심을 간파한다. 원작의 서문을 영화 마지막에 배치하고 디테일을 바꾸는 식으로 변화를 주면서 영화만의 묘미도 놓치지 않는다. 원작의 주제를 형상화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금지된 복제(재현)'(1937)를 살린 연출도 인상적이다. 원작 소설에서 언급된, 거울로 자신의 뒷모습을 보는 남자의 그림이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해 몰입과 여운을 더한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에 이어 이시카와 케이 감독과 작업했다. 전작에서 일가족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잡지기자이자 어두운 가족사를 지닌 인물 '다나카'를 무표정하게 연기했다면, 이번 영화에선 다른 사람으로 살았던 인물을 쫓는 변호사 역을 맡아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을 다채롭게 연기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악인'(2011), '분노'(2017) 등 쓰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두드러졌다. 캐릭터의 심리 묘사도 탁월하지만 '한 남자'에서 쓰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중후한 깊이가 느껴진다.
변호사 기도가 '한 남자'의 비밀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영화는 일본의 사회 문제인 자발적 실종 '죠하츠'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여러 이유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남자'의 사연으로 모아진다. 재일교포 3세로 살아가는 주인공 기도의 고뇌는 원작에 비해 묘사가 덜하지만, '헤이트 스피치(증오 연설)' 등 한국 관객이 주의 깊게 볼 만한 대목들이 나온다.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쓴 '한 남자'가 다루는 주제의 범위는 일본 사회부터 인간 탐구까지 폭넓다. 그 다양한 면면을 '한 남자'와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다. 최우수 조연상에 빛나는 안도 사쿠라와 구보타 마사타카의 연기도 선연히 빛난다. 8월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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