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융위, 회계법인 수요 감안 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 동결"

금융위 정기감사 "선발 인원 맞추려 채점기준 변경…점수 조정도"
"2차 시험 부분 합격 제도 유예기간 짧아…제도 개선 필요"

2021년 제56회 공인회계사 제2차시험 응시생들이 27일 오전 시험장인 서울 성동구 성수중학교로 들어서고 있다. 2021.6.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공인회계사 시험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가 회계사 수요 증가 효과를 반영하지 않고 대형 회계법인의 수요 위주로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축소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금융위가 목표한 선발 인원에 맞추기 위해 채점 위원들에게 채점기준 변경 및 시험 점수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30일 금융위원회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주관식·절대평가 방식인 공인회계사 제2차시험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의 최소선발 예정인원을 결정할 때 실제보다 공인회계사 수요 증가요인을 작게 가정한 2019년 연구 용역 결과를 그대로 반영했다.

또한 금감원이 실시한 올해 신입 회계사 채용계획 조사의 경우 전체 등록회계사의 3분의 2가 근무하는 회계법인 40개사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3분의 1이 근무하는 일반 기업·공공기관 등 비회계법인의 수요는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가 비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 공급 부족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단 늘리면 감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1100명으로 동결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2차 시험에서 절대 평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법 취지에 따라 '최소선발예인원'을 정하되 실제 선발 인원은 정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실제 선발 목표 인원을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을 넘지 않도록 운영하거나 별도로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금감원이 법규 위반 소지, 법령상 절대 평가 취지에 반한다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금융위는 '적정 합격자 수'를 정해 시험위원회에 참고자료로 전달하고 대외 비공개로 한 후, 지난해 선발시험에서 1300명을 선발하도록 금감원에 유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올해에도 지난해 시험과 유사하게 실제 선발 인원을 미리 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금융위가 원하는 목표 선발인원 수준으로 시험합격자 수가 조절될 때까지 채점을 반복하고 시험점수도 조정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 조사 결과 금감원은 평균 점수가 60점 수준일때 최종 합격자 수가 최소 선발 예정 인원과 유사했다는 사유로 채점 위원들에게 응시생의 20%를 가채점하게 했다.

채점 위원들은 가채점 후 평균 평균점수가 60점을 크게 넘긴 과목(세법)은 부분 점수를 삭제하는 등 채점 기준을 엄격하게 바꾸고, 60점보다 낮은 과목(원가회계)은 채점 기준을 완화한 문제의 배점을 올리는 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했다.

금감원은 예상 합격자가 목표한 선발 인원에 근접할 때까지 채점기준을 2∼3번 변경·재채점할 것을 채점위원에게 요구했고 결국 출제, 가채점, 본채점의 채점기준(부분점수 등)도 계속 변경했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응시생의 이의제기 방지' 및 '합격자 수 관리' 등을 위해 과목별 합격기준(60점)에 근접한 59점대 답안지를 모두 골라내고 59점대 답안지의 점수를 합격 점수인 60점대로 올리거나 58점대로 낮출 것을 요구해 채점위원들이 과목별 최종 점수가 59점대인 응시생이 없도록 만들게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매 과목 60점 이상을 득점한 응시생이 최소 선발예정인원에 미달할 경우 공인회계사법령상 차순위 선발절차를 진행·선발해야 하는데, 59점대 답안지의 점수를 조정하면 위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2차시험에서 60점 이상 득점해 부분합격한 과목의 다음 해 2차시험을 면제하는 제도의 유예기간(1년에 1번)이 비교적 짧다며 응시생의 수험부담 완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감사원은 "2차 시험 합격과목을 계속 면제받기 위해 제1차시험 합격자가 다음 해 제1차 시험에 또다시 응시하는 사례가 적게는 연간 496명에서 많게는 707명에 달해 불필요한 수험부담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은 감사원의 지적 사항의 취지를 수용해 올해 시험의 채점 및 합격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는 31일이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