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도 PTSD도 아닌데 너무 괴로운 이것, 울분 [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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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021년 발표한 '2021년 한국 사회의 울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만성적 울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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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ED, '굴욕감+분노+무력감' 복합적 감정
우리나라 58.2%가 '만성적 울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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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울분 장애'(PTED·Post 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라고 들어보셨나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들어봤어도 PTED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죠. (관련 기사: 트라우마와 PTSD는 다른 거라고?)
PTED는 부정적인 경험 이후 부당함·무력감·좌절감·허탈감 등에 지속적으로 사로잡히는 반응성 장애를 말합니다. 핵심은 해고·가까운 사람의 사망·파산·사회고립·질병·이혼 등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뒤, 격분 또는 울분이 지속되는 상태인데요. 여기에 기회가 된다면 앙갚음을 하고 싶다는 정서나 박탈감, 수치감 등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이 개념은 2003년 독일 사리테대학의 정신의학자 마이클 린든 교수가 처음 소개했습니다. 독일 통일 후 옛 동독인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울분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죠. 린든 교수에 따르면 울분은 '굴욕감과 분노가 대안이 없고 변화의 전망이 없다는 무력감과 결합한 복합 감정'입니다.
PTED는 PTSD처럼 △침습적 사고(반복적으로 해당 사건의 기억에 몰입하는 것) △회피 △과도한 각성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만약 이런 정신적 고통이 6개월 이상 지속됐는데도 방치된다면 자기 비하, 자살 충동 등으로 대인 관계와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PTED는 PTSD나 화병, 우울증 등과는 다른데요. △PTSD 환자들은 기본적 믿음과 가치관(세상은 예측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인지적 구조)이 깨졌지만 PTED 환자들은 기본적 신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PTSD 환자들이 겪은 스트레스성 사건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정도인 데 반해 PTED의 사건은 일상에서도 흔히 겪을 수 있는 부정적 경험이라는 점 등이 구별됩니다.
또 감정이 바깥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화병이나 PTSD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분노와 다른 점은 무기력감이 더해진다는 데 있죠. 정상적으로 정동(다른 사람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감정 상태)을 보인다는 데서 우울장애와도 다릅니다. (관련 기사: 과하게 참아도, 과하게 분출해도 문제인 이것)
우리나라의 울분 지수는 어떨까요.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021년 발표한 '2021년 한국 사회의 울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만성적 울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도 대비 10.9%포인트, 2018년 대비 3.6%포인트 증가한 수치죠.
그렇다면 PTED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요법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울분을 얼마나 느끼는지, 이 때문에 어떤 고통을 얼마나 겪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인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합니다.
그다음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이해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키우고, 상반되는 인지와 감정을 서로 결합하는 과정 등을 통해 무너진 신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합니다.
※ 참고 자료
고한석, 한창수, 채정호 (2014), 외상후울분장애의 이해 , 대한불안의학회, 10(1)
치유하는 터전, 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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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touchyou
'터치유'가 한국일보의 디지털 프로덕트 실험 조직인 'H랩(Lab)'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탐사선 H랩은 기존 뉴스 미디어의 한계선 너머의 새로운 기술과 독자,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과 만나려 합니다. H랩 시즌1 프로젝트인 '터치유'는 평범한 이웃의 비범한 고민 속, 마음 돌봄 이야기를 오디오 인터랙티브로 집중도 높게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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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유의 '에코 라디오' Ep.2 "감각에 집중하세요"…분노가 나를 삼킬 때 다시 듣기
https://touchyou.hankookilbo.com/v/2023042001/(링크가 클릭되지 않으면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세요.)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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