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대는 끝, 앞으로는 부산 KCC입니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22년 만에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긴다. 전주시의 약속 불이행에 전격 부산행을 결정했다.
KBL은 30일 서울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2001년 대전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해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바꾼 KCC가 22년 만에 새 둥지를 찾는 순간이었다.
부산시는 KCC를 품에 안으면서 현대모비스(전신 기아 엔터프라이즈·1997~2001년)와 KT(2003~2021년)에 이어 세 번째 프로농구팀의 연고지가 됐다.
최형길 KCC 단장은 이사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연고지 전주시와 여러 문제로 시끄러웠다. 원만한 수습을 위해 인내하고 기다렸으나 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오늘 이런 방식으로 알리게 됐다”며 “22년간 KCC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가장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KCC가 전주시를 떠난 것은 체육관 신축 약속이 7년째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약속했던 체육관 건립을 KCC에 떠넘긴 것에 이어 6월에는 프로야구 2군 경기장 건립 추진을 발표했다. KCC의 기존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 부지 소유권을 가진 전북대가 2025년까지 정리를 요구하면서 연고지 이전 검토가 불가피했다.
최 단장은 “지역의 한 국회의원이 지난 4월부터 체육관을 (구단이) 직접 지으라고 요구했다”며 “야구장 건립 기공식까지 지켜보면서 농구가 뒷전이 됐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뒤늦게 KCC의 연고지 이전 검토에 2026년까지 체육관을 짓겠다며 붙잡았지만 이미 늦은 처사였다.
전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KCC는 전주시와 협의는커녕 통보조차 없었다”며 “전주실내체육관의 철거 연기와 복합스포츠타운에 건립할 새로운 홈구장과 보조경기장도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짜놓은 각본처럼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최 단장은 이에 “구단 입장에선 전주시가 제시한 새로운 계획을 모두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KCC는 새 연고지를 물색하면서 부산시의 손을 잡았다. 부산시는 2030년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홍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KCC가 필요했다. 부산시는 최근 재창단한 고양 소노의 연고지 이전을 위해 움직인 적이 있는데, 당시 논의했던 지원안들이 소노의 양해 아래 고스란히 KCC의 몫으로 넘어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KCC의 스폰서 문제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최 단장은 “부산시는 ‘잘 왔다는 이야기를 듣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박 시장이 농구를 직접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KCC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홈구장은 과거 KT가 사용했던 사직체육관을 쓰게 됐다. 사직체육관은 현재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가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터라 두 구단의 일정 조율이 시급해졌다.
최 단장은 “아직 BNK 구단과 직접 연락하지는 못했다”며 “부산시를 중심으로 우리와 BNK 3자가 협조하는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기존 KBL 일정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 농구 팬들의 열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경기가 끝날 때면 흘러나온다는 부산 갈매기를 계속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KCC의 부산 시대는 호남 지역의 유일한 농구팀이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KBL 10개 구단 구성은 수도권 5개팀(삼성·소노·정관장·SK·KT)과 영남권 4개팀(한국가스공사·현대모비스·KCC·LG), 강원도 1개팀(DB)으로 정리됐다. 호남권과 충청권에는 프로농구팀이 없다. KBL의 한 관계자는 “농구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아쉽다”면서 “이 부분은 앞으로 모두가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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