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BNK·KCC, 사직체육관서 공생할 수 있을까?
KBL은 30일 이사회를 개최, KCC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신축 체육관 건립에 대한 전주시의 계획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KCC는 2001년부터 함께 해왔던 전주를 떠나 부산을 새로운 연고지로 택했다. 여자농구단 가운데에는 2019년 창단한 부산 BNK썸이 연고지로 두고 있는 도시다.
BNK는 KT가 수원으로 떠나기 전까지 부산을 함께 연고지로 사용했지만, 체육관은 달랐다. BNK가 금정체육관을 사용했고, KT는 사직체육관에서 홈경기를 치러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KT가 2021년 연고지를 수원으로 이전하며 사직체육관은 주인을 잃었고, 이때 BNK가 입성했다. 금정체육관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 체육관 좌석도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금정체육관은 총 좌석이 약 4900석, 사직체육관은 1만 2000석이다. 지하철역과도 가깝다.
두 팀이 같은 홈구장을 사용한 사례는 KBL에서 있었다. 2001년 함께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한 서울 삼성, 서울 SK가 2003-2004시즌까지 잠실체육관을 함께 썼다. SK가 2004년 잠실학생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현재와 같은 구색이 갖춰졌다.
농구, 배구팀이 같은 체육관을 사용한 전례는 있었다. 청주 KB스타즈는 천안을 연고지로 두고 있을 당시 현대캐피탈과 함께 유관순체육관을 썼다. 배구 경기에서 사용하는 바닥을 롤 형식으로 말아놓고 경기가 열릴 때 농구 코트 위에 깔아서 사용, 크게 번거롭진 않았다는 게 당시 KB스타즈 관계자의 설명이다.
KBL, WKBL의 팀들이 같은 홈구장을 사용하는 건 KCC, BNK가 최초의 사례다. 박신자컵이 열린 청주체육관에서 만난 BNK 관계자는 “오늘(30일) 기사를 통해 KCC의 소식을 접했다. 우리 팀 입장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마케팅을 잘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서로 다른 연맹이 주관하는 리그인 만큼, 코트 곳곳에 설치되는 광고도 다르다. 단순히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BNK 관계자는 “양 팀 다 경기를 치르는 데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긴 할 것이다. KBL, WKBL의 조율도 필요하다. 코트 바닥에 있는 광고를 함께 붙이는 게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협의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KBL은 홈 27경기, WKBL은 홈 15경기다. 타이틀 스폰서 계약에 몇 경기에서 노출되는지 명시됐기 때문에 협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일정 조율도 필요하다. KBL은 시즌 일정이 발표됐지만, WKBL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양 팀의 홈경기 날짜가 겹치게 되면 체육관 대관을 다시 알아본 후 일정을 수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직체육관에서는 11월 14일까지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 이로 인해 BNK의 홈 개막일은 11월 20일이다. 10월 21일에 시즌이 개막하는 KCC로선 약 1개월 동안 홈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의미다. 양 팀의 홈경기 날짜가 겹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BNK는 지난 시즌 막판 경상도 지역의 농구 저변 확대를 위해 창원 LG, 울산 현대모비스와 협의해 창원체육관,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각각 1차례씩 정규리그 경기를 치른 바 있다.
KBL, WKBL 전례에 없었던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KCC, BNK는 줄줄이 예고된 과제를 해결하며 공생할 수 있을까.
#사진_점프볼DB(박상혁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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