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2023] (21) '강백호 실사판' 건국대 최승빈 "팬들의 사랑에 감사할 뿐,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조형호 2023. 8. 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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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들의 美생을 위해’ 2023 KBL 신인드래프트를 빛낼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 보자.
[점프볼=조형호 인터넷기자] 스물한 번째 미생은 건국대 최승빈(F, 191cm)이다. 대학 최고 인기 스타의 KBL 도전기를 파헤쳐 보자.

#‘강백호 실사판?’ 농구를 시작한 이유마저 똑닮은 최승빈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승빈은 농구 영화 슬램덩크 캐릭터 강백호와 비슷한 헤어스타일, 투지 넘치는 플레이, 그리고 빼어난 외모로 대학농구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과연 그가 농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릴 때 러시아에서 2년 정도 살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매산초를 다니게 됐어요. 당시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 친구가 농구부 친구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거 같길래 질투가 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도 농구부에 들어가겠다고 부모님을 졸랐어요.”

“허락을 받고 일주일 정도 농구부 생활을 해봤는데 딱히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래도 좋아하는 애의 영향도 있고, 제가 하고 싶다고 해놓고 일주일 만에 그만두는 것이 부끄러워 계속했던 것 같아요.”

짝사랑의 존재로 인해 농구를 시작한 것까지 강백호와 똑닮은 최승빈이지만 어릴 적 그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농구에 큰 흥미도 느끼지 못한 채로 삼일중으로 진학한다.

#물을 흐리던 선수의 방황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까불고 많이 혼나는 선수였어요. 1, 2학년 때는 경기를 거의 못 뛰었고 매일 여준석과 개울가에서 낚시하고 숙소에 있는 소화기를 뿌리면서 놀다가 혼났죠(웃음). 개구쟁이였어요.”

농구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부족했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출전 기회가 조금씩 늘어났다. 김도완 코치와 이한권 코치 등의 가르침을 받으며 한층 성장하기 시작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소년체전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제가 원래 농구를 정말 못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기회가 좀 생겼지만 고등학교 올라가고 나서는 다시 벤치 신세였어요. 2학년 때까지도 거의 경기에 뛴 적이 없을 정도였어요. 오히려 물을 흐리는 학생이었죠.”

최승빈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계속된 슬럼프 탓에 운동을 빠졌다가 버스를 청소하고 숙소를 정리하는 벌을 받는 일이 다수였다. 결국 최승빈은 농구를 그만두기 위해 팀을 뛰쳐나왔다.

“3학년이 되고 후배들도 많아졌는데 자존심도 상하고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도망쳤던 거 같아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격려를 해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다시 마음을 바꿀 수 있었죠. 그때는 제가 대학을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너무 농구를 못하는 선수였으니까요.”

그의 방황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팀에 복귀한 최승빈은 새벽 운동과 야간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점점 출전 기회가 늘어났고, 기량도 눈에 띄게 발전했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 마지막 추계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상, 리바운드상을 독식했다.

#농구 인생의 본격적인 상승 곡선, 빛나기 시작한 ‘건국대 살림꾼’
농구 인생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최승빈은 건국대학교를 택했다. 중, 고등학교 때와 달리 신입생 때부터 기회를 받았다. 궂은일을 도맡아 팀의 살림꾼으로 거듭난 그는 2학년 때부터 주전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신입생 프레디와 트윈 타워를 결성해 건국대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고, 공격에서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으며 한층 발전한 슛 감각을 선보였다. 수비에서 또한 아쉬운 신장을 극복할 만큼의 힘과 적극성 넘치는 리바운드 참여로 존재감을 뽐냈다.

대학농구 정규리그를 7위로 마쳐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건국대였지만 끝내 역사를 썼다. 8강에서 강호 연세대를 꺾고 이변을 연출했고, 건국대의 여정은 결승까지 계속됐다. 비록 결승에서 대학리그 최강자 고려대를 만나 패하긴 했지만 경기 막판까지 접전 승부를 펼치는 만큼 최승빈과 건국대에는 잊지 못할 한 해가 됐다.

“건국대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간 거라고 들었어요. 아직도 작년 생각하면 웃음이 나요. 학교 최초 준우승 멤버 중 한 명이 저라는 생각에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올해도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다시 한 번 기적을 써봐야죠.”

#롤러코스터 같았던 농구 인생, 이제는 해뜰날만 남았다
건국대는 올 시즌도 정규리그 7위에 그쳤다. 지난 준우승 주축 멤버 중 백지웅을 제외하고 모두 잔류했음에도 찾아온 아쉬운 결과였다. 그럼에도 건국대는 팬들에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강백호 빨간머리’ 최승빈을 필두로 조환희, 박상우 등을 찾아오는 건국대 팬들은 점점 늘어났다. 최승빈은 대학농구 인기몰이 선봉장이었다.

“요즘에는 어디를 가도 팬분들이 알아봐 주세요.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럴 때마다 감사하기도 하고, 강백호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실감하는 거 같아요(웃음).”

“사실 시즌 초반에 부진하면서 인기가 올라간 게 독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감사할 뿐이죠. 단지 저를 좋아해주시고 찾아와주신 팬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끔 무리하고 몸에 힘이 들어갈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리그 본선이 끝난 후 최승빈은 KBL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언더사이즈 빅맨으로서 191cm라는 작은 신장을 가졌지만 특유의 힘과 내외곽을 지원할 수 있는 슈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성은 덤이다.

“혼혈이지만 키나 탄력은 한국 선수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힘은 타고난 것 같고요. 저는 득점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가끔 외곽에서 슛 지원을 할 수 있는 정도잖아요. 리바운드나 수비가 장점인 선수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볼을 잡기 위해 몸 사리지 않고, 3&D 자원으로서 리바운드 가담까지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롤러코스터 같은 농구 인생을 걸어온 최승빈, 대학 무대에서의 활약과 뜨거웠던 인기를 프로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수많은 팬들이 그의 프로 도전기를 주목하고 있다.

#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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