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그럼에도 불안한 인간은 이런 걸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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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에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존재합니다. 뇌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들은 이런 목소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목소리들이며 이를 통해 자아가 존재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목소리들 중에는 현실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곧, 과거를 반추하고 후회하는 목소리와,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고 불안해하는 목소리입니다. 때문에 후회와 불안을 피하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법을 여러 책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후회와 불안을 가지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곧, 잘못된 선택을 후회함으로써 우리는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불안 역시 가능한 여러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실제로 자신이 상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 더 잘 대처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 조상들 중 미래에 더 잘 대처하는 이들은 더 잘 살아남았고, 따라서 우리는 미래에 대해 불안을 가졌던 이들의 후손입니다.
이는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다윗의 반지에 새겨졌다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보여주듯, 하나의 불안이 해소됨으로써 느끼는 기쁨은 잠시일 뿐입니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그다음 문제가 우리 마음을 괴롭히며 이는 인간이 가진 한계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종교와 철학자들은 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고 불안이 그저 마음먹기에 따라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불안이 너무 지나쳐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현재를 망치기도 합니다. 오늘날 불안증이라 불리는 이 증세가 심할 경우 우리는 의학적 처방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이들이 소수라는 점에서 이는 개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또 사회의 구조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난 8월 18일, 채무자 단체의 공동창립자이자 시민 운동가, 영화제작자인 아스트라 테일러는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란을 통해 이 시대가 특히 모든 이에게 불안을 조장하고 있으며, 이 에너지를 이용해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Uq20pu0eB7T ]
테일러의 주장 중에는 흥미로운 점이나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습니다. 그가 말하듯, 오늘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마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가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사람들이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하는 일들이 현재의 불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오히려 강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곧, 그는 연금이 지구를 병들게 하는 산업에 투자되거나 월급을 주는 테크기업이 민주주의를 저해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가진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도 다른 이들의 주거 안정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의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연 연금이 청정에너지에 투자되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테크기업이 아닌 다른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불안이 과연 사라질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테일러도 불안감이 진화적, 곧 생물학적 본능일 수 있으며 이를 완전히 없앨 수 없을 것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의 사회가 이러한 실존적 불안감을 넘어 자본의 이익을 위해 불안감을 만들어내며 이를 통해 개인의 착취를 용이하게 만들고 자존감과 웰빙을 공격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이를 '만들어진 불안감'이라 부르며 이 부분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가 예로 든 '볼살'의 경우, 그는 자신의 볼살을 원래는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지만, 곧 볼살로 불안해하지 않았지만, 이 볼살을 없애는 방법에 대한 광고를 보고 새로운 불안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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