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제방, 호우 뒤엔 더 취약…“설계 기준 강화해야”
[앵커]
이렇게 강한 비가 며칠씩 이어지면, 강이나 하천의 제방 붕괴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집중호우가 며칠 간 계속된 상황을 가정해서 실험을 해봤더니, 제방이 3배나 빠르게 붕괴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정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달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 참사.
인근 미호강의 임시 제방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지하도로를 삼켰습니다.
당시 청주에는 사흘 동안 5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흙을 다져 만든 제방은 물이 넘친 지 불과 19분 만에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3일 정도 집중호우가 이어진 비슷한 환경에서 흙 제방이 얼마나 취약해지는지 실험해봤습니다.
모래를 다져 넣은 제방에 <TGA> 이틀간 물을 흘려 빗물을 머금은 상태로 만든 뒤, 초당 5㎥의 물을 더 흘려 국지성 호우가 쏟아진 상황을 재연했습니다.
물이 넘친 지 1~2분 만에 제방에 금이 가고 틈으로 물이 새어 나오더니, 5분이 채 안 돼 한쪽 면이 완전히 무너져 내립니다.
단발성 폭우를 재연한 실험에서보다 제방 붕괴 속도는 3배 정도 빨랐고, 무너진 폭도 훨씬 넓었습니다.
수로를 따라 물이 순식간에 밀려들면서 이렇게 측정을 위해 제방 측면에 설치했던 장비까지 모두 쓸려 내려갔습니다.
제방의 자재에 따라 빗물 침투 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2~3일 동안 비가 이어지면, 안전성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강우철/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안정성이 많이 약해지면 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많이 제방 내에 생겨났기 때문에, 이런 경우 하천에서는 실제로 수위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된다면 제방이 좀 더 위험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하천 제방 붕괴 사고는 1,100여 건.
최근들어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존 설계 기준을 재검토하고 추가 보강 공법 등을 적용해 제방 안전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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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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