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길 왜 해킹?…하와이·칠레 천문대, 운영 중단 장기화
지난 1일 해킹 뒤 연쇄 문제…복구 지연
‘우주 경제’ 확대 속 사이버 보안 도마
하와이와 칠레에 각각 설치된 미국의 최첨단 천문대 2곳의 운영 중단이 장기화하고 있다. 원인은 해킹이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해킹을 했는지는 조사 중이다. 우주 관련 시설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29일(현지시간) 미 국립과학재단(NSF) 소속 국립 가시광선·적외선 천문학 연구소(NOIRLab)가 운영하는 하와이 소재 ‘제미니 노스 천문대’와 칠레 소재 ‘제미니 사우스 천문대’ 운영이 해킹으로 인해 한 달째 장기 중단 중이라고 전했다.
NOIRLab은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천문대를 정상 작동시키기 위해 현재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시스템 복구와 관련해) 일부 진전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셧다운’된 제미니 천문대 2곳은 2000년 만들어졌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가 공동 운영한다. 망원경 구경이 8.1m에 이르는 대형 천문대이다. 이 때문에 태양계는 물론 먼 우주의 별과 은하, 블랙홀 등을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제미니 천문대가 문을 닫게 된 계기는 한 달 전인 지난 1일 일어난 해킹 피해였다. NOIRLab의 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이버 침해가 감지됐고, 곧바로 하와이의 제미니 노스 천문대 운영이 중단됐다. 당시 칠레의 제미니 사우스 망원경은 관측을 위한 가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피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제미니 천문대와 연결된 다른 천문대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중단했다. 그 뒤 전반적인 시스템 복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제미니 천문대를 재가동하지는 못하고 있다. NOIRLab은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확인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밝혔다.
의문은 왜 천체 망원경이 해킹 대상이 됐느냐다. 망원경은 일반적인 관점으로 보면 공격 가치가 높은 목표물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주 경제’의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우주 경제 규모가 1조 달러(1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는 우주 기관이나 산업체에 대한 외국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는 분석 자료를 발간했다. 미국 위성이 잡아낸 관측 내용을 몰래 수집하고, 정상적인 기기 작동을 방해하기 위한 해킹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주 기관 간에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구축된 점을 감안할 때 제미니 천문대와 연관된 시스템을 통해 다른 기관을 사이버 침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도 NOIRLab의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 수년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해커들의 ‘주요 타깃’이었다. 2012년 NASA 소속 글렌연구소의 에너지 관련 연구 내용 일부가 공개된 것을 비롯해 꾸준히 해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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