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 포함 9명 로테이션은 과도했다…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만든 패착

이형주 기자 2023. 8. 3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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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핫스퍼가 승부차기 끝에 탈락의 쓴맛을 봤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공식 SNS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핫스퍼 감독. 사진┃뉴시스/AP
토트넘 선발 라인업. 사진┃토트넘 공식 SNS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엔지 포스테코글루(58) 감독의 풀 로테이션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토트넘 홋스퍼는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2라운드(48강) 풀럼 FC와의 경기에서 정규시간까지 1-1로 비겼다. 하지만 이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3-5로 패배했다. 토트넘은 32강 진출에 실패하며 대회에서 탈락했다.

이날 토트넘은 선제골을 허용한 뒤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토트넘은 직전 시즌 부진으로 유럽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때문에 산술적으로 나설 수 있는 7개 대회(리그, FA컵, 커뮤니티 실드, 리그컵, UEFA 슈퍼컵, 클럽 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or유로파리그or컨퍼런스리그) 중 리그, FA컵, 리그컵에만 출전한다.

이 중 리그컵은 물론 쉽지 않지만 토트넘이 우승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많은 대회였다. 일반적으로 토트넘과 전력이 좋은 팀들은 다른 대회 우승을 위해 리그컵에 큰 힘을 쏟지 않고, 전력이 좋지 않은 팀은 그들이 누를 수 있다.

토트넘은 지난 2008년 리그컵 이후 우승이 없는 무관이기에 어떤 트로피라도 들어올리는 것이 절실하다. 때문에 이번 리그컵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이 자명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비주전 멤버들을 대거 기용하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토트넘 핫스퍼 윙포워드 손흥민. 사진┃뉴시스/AP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레이저 포스터 골키퍼를 필두로, 벤 데이비스, 미키 반 더 벤, 다빈손 산체스, 이메르송 로얄,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지오바니 로 셀소, 올리버 스킵, 이반 페리시치, 마노르 솔로몬, 히샤를리송 지 안드라지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로테이션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리그컵 2라운드에 임하는 중상위권 클럽은 모두 해당 라운드 정도에서는 주전을 제외하고 로테이션을 돌린다. 더불어 토트넘은 지난 2라운드와 3라운드 같은 선발 라인업을 냈기에 주전들의 체력이 내려가 있었다. '로테이션의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과도한 것이 문제였다.'

이날 로테이션에 따라 교체로 시작한 주전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 사진┃뉴시스/AP

이날 선발 라인업 11명 중 지난주 리그 AFC 본머스전 선발로 나선 선수는 센터백 미키 반 더 벤과 히샤를리송 지 안드라지 단 2명에 불과했다. 주장이자 핵심인 손흥민을 포함 9명이 바뀌었다.

더구나 상대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즉 1부 팀인 풀럼이었다. 하부리그 팀이라면 9명의 로테이션도 이해할 수 있지만, 난적인 EPL 팀 풀럼을 상대로 과도한 로테이션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풀럼 선발 라인업. 사진┃풀럼 FC

과도한 로테이션은 곧바로 패착으로 작용했다. 그간 출전 시간이 적어 경기 감각이 떨어진 백업 멤버들은 풀럼전에서 고전했다. 풀럼이 완전히 기세를 잡으며 선제골을 득점했다. 토트넘의 동점골도 상대 라이트백 케니 테테의 축구화의 문제가 생겨 10명이 뛰던 때에 겨우 나왔다.

11명 중 9명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인원을 모두 바꿀 것이 아니라, 기존 주전 멤버들을 대여섯 명 섞었다면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앞서 언급됐듯 토트넘은 유럽 대회도 치르지 않아 다른 경쟁팀들보다 일정상으로 유리한데, 굳이 주전 멤버들을 거의 배제한 것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이는 패인이 됐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전 토트넘 핫스퍼 감독. 사진|뉴시스/AP

또 이런 과도한 로테이션은 팀 화합을 깨뜨리는 영향을 주기도 한다. 토트넘도 경험이 있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이 토트넘에 재임하던 시절 중요한 리그 경기들에는 주전을, 덜 중요한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는 철저히 비주전을 내 벤 데이비스 등 선수들의 원성이 나왔던 적도 있다.

과도한 로테이션은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게 했다. 또 현 기량이 주전 멤버들에 비해 부족한 실력의 선수들이 실전 감각이 떨어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완전히 상대에 밀리는 원인이 됐다.

그 결과 토트넘은 패배했고 올 시즌 그래도 가장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리그컵에서 뼈아픈 탈락을 당했다. 2008년 리그컵 우승을 기준으로 2024년까지로 하면 무관 16년, 1991년 메이저 대회인 FA컵 우승 이후 2024년까지로 하면 33년 무관의 위기를 자초하게 됐다.

토트넘 핫스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뉴시스/AP

같은 날 토트넘 공식 SNS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은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회복력을 지닌 이들이다. 곧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믿는다. 타격을 입었지만 다시 일어나 주말 경기(EPL)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선수단을 다독였다.

물론 좋은 말이지만,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가 애초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로테이션은 수긍하나 과도한 로테이션은 수긍하기 힘들었다. 냉정히 패착에 가까웠다.

토트넘 홋스퍼의 히샤를리송이 2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2라운드 풀럼과의 경기 중 공을 다투고 있다. 토트넘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지면서 32강에 오르지 못했다. 사진┃뉴시스/AP
토트넘 핫스퍼 윙포워드 마노르 솔로몬. 사진┃토트넘 핫스퍼 공식 SNS
토트넘 홋스퍼의 히샤를리송이 2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2라운드 풀럼과의 경기 중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토트넘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지면서 32강에 오르지 못했다. 사진┃뉴시스/AP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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