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회복 노리는 전경련 류진號…"함께하자" 회원사 확대 속도
네이버·카카오 이어 쿠팡·우아한형제들에 가입 요청
외연 확장 움직임…다음 달 한경협 출범 맞춰 회원사 늘어날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기관 명칭을 변경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4대 그룹 복귀에 이어 신규 회원사 모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 맏형'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최근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과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회원사 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변화하며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기업 측에 회원사 가입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전경련은 네이버와 카카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에도 회원 가입을 요청했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에코프로는 반대로 기업 측이 가입 신청서를 내 합류를 앞두고 있다.
전경련은 개별 기업에 회원사 가입을 요청했다고 공식적으로 알리진 않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언급되는 기업 외에도 다양한 기업에 회원사 가입을 요청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경협 출범과 함께, 전통 산업의 기존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김병준 전경련 고문(당시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5월 "회장단을 젊은 세대나 신선한 분야, 포털 대기업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선임된 류진 회장 역시 "IT, 엔터테인먼트 업종 등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전경련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회장단을 좀 더 젊고 다양하게 구성해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경련의 회원사는 400여 개 수준이다. 가입 신청을 계속 받고, 러브콜을 보낸 기업들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 경우 조만간 회원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합류 기업에 대한 윤곽은 한경협이 공식 출범하는 다음 달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한경협 복귀에 신성장 분야 기업들의 합류까지 더해진다면 '재계 맏형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전경련의 목표에도 한 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핵심 축으로 지목받았고,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4대 그룹은 '정경유착 근절' 등을 전제로 다시 회원사 자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상태다.
먼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과거 4대 그룹은 전경련 회비 수익의 70%가량을 담당하기도 했다. 다만 합류한 기업에 대한 회비 납부 문제는 아직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류진 회장은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이 합치는 과정에서 기존 회비 시스템이 달라졌다. 회비 부분은 다시 한번 봐야 될 것 같다"며 "과거에는 큰 기업 위주로 했던 부분을 좀 공평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전체 회원 모두를 위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4대 그룹의 합류는 재계 안팎으로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는 점에서도 위상 회복에 있어서 핵심적이다. IT, 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분야 기업의 합류와 관련해서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경련은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단체로 거듭나는 것을 한경협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이 회원사가 되는 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고, 다양한 의견이 쌓이면 새 이미지 확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한편 류진 회장도 전경련의 새 출발을 알리고, 단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취임 직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나 경제단체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7일에는 토드 영 미 상원 의원과 만찬을 하고 한미 경제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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