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vs전성현, 다음 시즌 최고 2번은?
KCC 이지스 ‘KBL 아이돌’ 허웅(30‧183.5cm)과 소노 스카이거너스 ‘불꽃 슈터’ 전성현(32‧188.6cm)은 다음 시즌 가장 기대되는 리그 최강 2번 후보들이다. 허웅과 달리 전성현의 포지션이 슈팅가드인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주로 2번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팀내 비중, 최근 보여준 경기력 등을 감안해봤을 때 기타 후보군들보다 위에 있다는 평가다.
최근 몇시즌간 보여준 임팩트와 존재감에서는 단연 전성현이다. 허웅이 못한게 아니다. 전성현이 너무 잘했다. 3점슛하면 전성현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간만에 나온 대형 슈터다. 뛰어난 슈팅능력과 오프 더 볼 무브를 기반으로 ‘슛 하나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대 농구 흐름은 전 영역에 걸쳐 두루두루 잘할 것을 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확실한 특기 하나만으로 생존하는 선수들이 적지않았다. 하지만 전략‧전술의 발전에 맞춰 이것저것 다양하게 평균 이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싫든좋든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의 증가세는 시대의 흐름이다는 평가다.
특히 슈팅에 특화된 선수들은 살아남기가 점점 쉽지 않아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슈터 롤에 익숙한 플레이어 가운데는 다른 쪽에 서툰 경우가 많아 트랜드에 적응하지못하고 도태되거나 힘겹게 버티어냈다해도 벤치 멤버로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슛을 잘 던지는 선수가 많음에도 슈터로 이름을 떨치는 케이스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다.
그런가운데 전성현은 ‘한가지를 최상급으로 잘하면 어떤 시대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는 보조리딩, 패싱능력, 돌파, 2대2게임 등 지도자들이 슈팅가드에게 원하는 상당수 부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본인 역시도 스스로의 포지션에 대해 포워드다고 표현할 정도다. 자리만 2번인 셈이다.
물론 크게 의미는 없다.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각 포지션별로 역할을 정해놓고 세분화된 플레이를 원하는 것은 그만큼 효율을 올려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기위한 이유가 크다. 하지만 전성현처럼 자리 구분없이 상대 수비진을 폭격할 수 있는 선수라면 그 자체가 전술이 될 수 있다. 다른 포지션에 변화를 줘서라도 장점을 살려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전성현은 많은 슈터 유망주들이 참고해야할 교과서적인 슛쟁이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슈터로서 명성을 떨친 선수들의 상당수는 자신만의 또 다른 장점을 갖고있는 경우가 많았다. 문경은, 방성윤은 이른바 수준급 몸빵(?)을, 조성원은 리그 최고 수준의 빠른 발을 자랑했다. NBA 도전을 목표로 해외무대서 고군분투중인 이현중의 최고 무기는 신장이다.
현 시대 기준으로 전성현은 사이즈가 좋지도 그렇다고 운동능력이 탁월한 편도 아니다. 패싱게임 등 다른 능력치에서 경쟁력이 높지도 않다. 오직 정확한 슈팅 하나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로 이는 그를 상대하는 모든 선수들이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성현은 막을 수 없다.
한명 정도는 어렵지않게 제치고 3점슛을 성공시키며 더블팀, 트리플팀 사이에서도 슛을 던질만한 배포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순간적인 몸놀림이 좋아 작은 빈틈만 생겨도 망설이지않고 바로 슛자세를 잡고 뛰어올라 높은 타점에서 외곽슛을 격발한다. 3년차인 2016~17시즌때까지만해도 간간히 교체로 나와 외곽슛을 던져주는 식스맨 정도에 그쳤으나 이후 김승기 감독의 전폭적 지원속에서 말 그대로 포텐이 터진 케이스다.
2019~20시즌부터는 4년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시즌같은 경우 중반 이후 부상만 없었다면 정규리그 MVP도 가능했을 정도로 대단한 페이스를 보여준바있다. 기량적으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만큼 건강관리만 잘한다면 지난 시즌 이상의 활약이 기대된다.
◆ 전성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369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9.6득점, 1.5리바운드, 1어시스트, 0.6스틸
⁕ 정규리그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22년 12월 13일 원주 DB전 = 34득점 / 3점슛 성공 ☞ 2022년 12월 24일 전주 KCC전 = 9개 / 어시스트 ☞ 2022년 10월 25일 전주 KCC전 = 8개 / 리바운드 ☞ 2017년 11월 2일 부산 KT전 = 8개 / 스틸 ☞ 2018년 3월 7일 전주 KCC전 = 5개
허웅 역시 빼어난 슈터다. 신인때부터 볼없는 움직임이 좋고 받아먹는 슛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단순히 그가 슈터로만 활약했다면 전성현은 넘기 힘든 벽이다. 최근의 전성현은 슈터 논쟁시 일단 넘버1으로 깔고 들어갈 만큼 최고의 손끝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허웅 또한 단순한 슈터로 평가하기 힘들만큼의 위치에 올라선 상태다.
통산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허웅은 매우 꾸준한 득점원이다. 2년차때부터 지금까지 7시즌 연속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3점슛 비중이 전성현처럼 높지않다.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올리는 유형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준수한 운동능력에 수준급 볼핸들링을 앞세워 림어택을 자주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돌파, 미드레인지 득점, 자유투 유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전천후 스코어러다. 강심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1대1 공격과 아이솔레이션 능력이 좋아지면서 클러치 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종종 드러낸다. 전성현이 저격수로서 정점에 올라섰다면 허웅은 두루두루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는 다채로움이 빛난다.
허웅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보조리딩과 볼 핸들러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팀 상황에 따라 잠시동안 맡아줄 수준은 된다. 때문에 허웅은 슛감이 안좋은 날에도 여러가지 역할을 해내며 팀에 공헌하는게 가능해진다. 신인 시절만해도 슈터로서의 잠재력 외에는 별다른 장점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프로무대서 거듭 발전하며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을 두려워하지않는 성향인지라 매 시즌이 기대되는 선수다.
한가지 영역에서 경지에 오른 전성현이냐, 다양한 부분에서 발전을 거듭하고있는 허웅이냐. 리그 최고 2번을 노리는 두 선수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프로농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 허웅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341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2.3득점, 2.4리바운드, 3.1어시스트, 1스틸
⁕ 정규리그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21년 12월 1일 창원 LG전 = 39득점 / 3점슛 성공 ☞ 2022년 2월 14일 창원 LG전 = 7개 / 어시스트 ☞ 2015년 9월 19일 서울 삼성전 = 13개 / 리바운드 ☞ 2021년 3월 10일 창원 LG전 = 8개 / 스틸 ☞ 2021년 11월 14일 울산 현대모비스전 = 5개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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