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연료 허브’ 추진할 때다[이미숙의 시론]
캠프데이비드 합의에 포함된
“러시아産 에너지 의존 탈피”
로사톰의 저농축 우라늄 겨냥
한미 원자력위원회 가동하고
3국 공동 연료공장 추진할 만
尹 이니셔티브 발휘하면 가능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핵동맹으로 승격시킨 워싱턴선언 발표 후 113일 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캠프데이비드 원칙과 공동성명 등을 채택함으로써 한국 외교는 전인미답(前人未踏) 경지로 들어섰다. 워싱턴선언에 따라 핵협의그룹(NCG)이 가동되면서 핵 공동 운용 길이 열렸고, 캠프데이비드의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 따라 북핵 위협 시 3국이 공동 대응 조치를 조율하게 돼 안보도 이중삼중으로 강화됐다.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및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 조율과 더불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축 가속화”가 명시된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 원유·천연가스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일본도 러시아산 화석 연료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전 연료, 즉 저농축 우라늄 수입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한국은 원전 연료의 33%, 미국은 23%를 러시아에서 구매한다.
한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에 러시아산 원전 연료 의존 탈피를 명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독일과 폴란드, 발트해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전 연료 수입 제한, 신규 원전 투자 금지 등을 대러 제재에 포함시킬 것을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제기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세계 원전 연료 시장의 강자인 러시아 로사톰 등에 대한 의존을 과감히 줄여야 제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이 원전 연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21일 서울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한 공동 협력”이 명시됐다. “이를 위해 원자력고위급위원회와 같은 수단을 활용하기로 약속한다”고도 했다. 지난 4월 26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엔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부분과 함께 “보다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 협력을 거듭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이행된 것은 없다. 실제로 원자력고위급위원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양국 당국자들은 정상 간 원전 협력 의기투합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식으로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캠프데이비드 공동성명에서 ‘탈(脫)러시아’ 의지가 적시된 만큼 이번엔 달라야 한다. 대통령실이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와 워킹 그룹을 조직해 미·일과 원전 연료 러시아 의존 탈피 액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최종현학술원 주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핵을 기반으로 한 자강(自强) 외교를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1년 반이 골든 타임”이라고 했다. NCG를 통해 부지런히 핵무기 운용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인데, 원자력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다. 푸틴이 원전 연료를 언제 무기화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한시가 급하다.
캠프데이비드 공동성명은 강대국이 주도해온 원전 연료 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열어줬다. 잘만 하면 러시아를 대체하는 아시아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 허브가 될 수 있다. 한국 원전 기술은 최고 수준임에도 연료를 전량 수입해 “아궁이는 잘 만드나 땔감은 못 만든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진정한 원전 강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福島) 사태 이후 54개 원전 중 5개만 가동하는 데다 연료 수입도 미미해 우리만큼 절박성이 없다.
윤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발휘해야 한다.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원자력고위급위원회를 소집해 원전 협력을 협의하고, 한미일 원전 연료 워킹 그룹도 만들어야 한다. 워싱턴선언에서 한국의 독자 핵 개발 중단 의지를 밝힌 만큼 우리가 우라늄 저농축을 주도한다고 해서 핵 개발 의도로 오해받을 일도 없다. 서둘러야 윤 대통령 임기 내 한미일 공동의 저농축 우라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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