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해지는 반도체 M&A[뉴스와 시각]

임정환 기자 2023. 8. 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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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설계업체다.

지난 2020년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추진했다.

자국 우선주의 바람 속에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 장벽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M&A 가능성을 크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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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환 산업부 차장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설계업체다. PC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나 퀄컴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모바일 AP를 제작한다. 업계에선 모바일 AP 중 90% 이상이 ARM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 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ARM은 조만간 상장될 예정으로, 손 회장은 이를 통해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사실 ARM의 상장은 자금난에 몰린 손 회장의 차선책이다. 손 회장의 첫 번째 선택은 ARM의 매각이었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비전펀드를 통해 진행했던 투자의 연이은 실패로 빚어진 자금난을 단박에 해소하고자 했다. 지난 2020년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추진했다. 매각가는 400억 달러. 반도체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액수였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에 큰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2년여를 끌던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끝내 불발에 그쳤다. 각국 경쟁 당국의 반대가 문제였다. 당시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파동으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반도체 영역에서 자국 우선주의 시각이 강해지는 시기였다. 반도체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며 영국과 유럽의 경쟁 당국 내부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엔비디아에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는 시각이 강했다. 결국, 엔비디아는 위약금을 내고 인수를 포기했다.

자국 우선주의 바람 속에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 장벽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각국은 M&A 인허가권을 ‘무기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파운드리 강자로 재도약하려던 인텔의 시도가 중국 정부에 발목 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인텔은 지난해 2월 54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던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반도체의 인수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계약기한 마지막 날까지 중국 경쟁 당국이 거래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이 경제안보와 연결되면서 특정 국가나 기업의 공급망 독차지를 막기 위해 각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불똥은 한국으로 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도 미·중 갈등 국면에서 M&A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3년 내 대형 M&A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M&A 가능성을 크게 봤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M&A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까지 강자가 되는 건 어느 국가도 달가워할 리 없는 일이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에 한국이 사실상 참여하는 상황에서 M&A를 추진했다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은 다가오는데 길은 점점 험해진다.

임정환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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