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어때서!"…염혜란, 송혜교·고현정도 반할밖에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염혜란, 송혜교에 고현정까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인정하는 연기파로 우뚝 섰다. 오죽하면 고현정의 입에서 "졌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신들린 연기력의 정점을 찍으며 신작 '마스크걸'을 시쳇말로 씹어 먹었다.
염혜란은 화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 이어 '마스크걸'(각색 연출 김용훈)까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등공신이다. 송혜교, 고현정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을 장악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특히 염혜란은 '더 글로리' '마스크걸' 모두 큰 틀에선 '엄마의 복수'를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극과 극 온도 차로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더 글로리'에선 순한 맛이었다면, '마스크걸'에선 지독한 마라맛으로 흥미를 자극한 것.
염혜란은 '마스크걸'에서 주오남(안재홍) 엄마인 김경자 역할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아들이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에게 살해당하자 어긋난 복수를 위해 내달리는 광기의 집착과 뒤틀린 모성애를 흡인력 있게 표현, 극적인 재미를 살렸다. 더군다나 염혜란은 특수분장으로 노역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장총을 들고 강렬한 액션신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염혜란은 '마스크걸'에 대해 "저만 찍은 장면만 알고 있다가 드디어 전편을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매 회, 매 장면에서 김용훈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동료 출연진의 노고와 정성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어디에 내놓아도 정말 자랑스러운 작품이다"고 뿌듯해했다.
김경자 캐릭터에 대해선 "공감과 비판이 함께 가야 했다"라며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 답변을 건넸다. 염혜란은 "우려했던 지점이 있었다. 김경자라는 인물이 너무 세고 파격적이라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지 말이다. 자식을 독립 못 시키고 본인의 부속품으로만 여긴 엄마의 모성애이니까, 비판을 받아야 하는 지점이 분명 있었고 동시에 보편성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공감은 얻되 김경자가 과연 맞는 것인가, 지지 말고 오히려 비판하면서 보시길 바랐고 1부, 2부, 3부 삶으로 나뉘어 표현했다. 강인한 생활력을 가진 보통의 엄마부터 출발해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느껴져야 한다고 봤다. '내 아들이 조각난 채로 발견됐으면 그럴 수 있지. 복수를 안 할 수가 없지', 그게 우선이었다. 다만 '내 아들을 사랑하면 남의 아이는 귀중하지 않은가? 죄 없는 미모(신예서)한테까지 복수했어야 했나' 이 지점은 비난받아야 마땅했다. 빌런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 이러한 갈등, 어려움을 많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염혜란은 더욱이 고민을 거듭한 이유에 대해 "모든 범죄와 행동의 주체를 모성으로 가져가는 순간 쉬워지는 거 같았다. 그동안 작품들을 보면 무소불위처럼 모성애를 썼는데 그것만은 경계하자는 마음이 있었다"라며 "대표적인 모성애가 느껴질 수는 있지만 김경자는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세계를 편협한 시각으로 보는 인물이었다. 종교도 비틀어진 믿음이었고. 복수심을 스스로 미화하여 결국 복합적인 요소로 분노가 깊어진 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보니 다 끝나고 나서 김경자에게 연민이 생기더라. 이게 '마스크걸'의 매력인 것 같다. 김경자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에게 어느 정도 측은지심이 생긴다. '저들이 왜 저렇게 됐을까', '저런 선택을 하게 된 게 단순히 저 사람이 나빠서였을까', '왜 저런 마음까지 품게 되었을까' 등 많은 생각과 질문을 던지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염혜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느껴진 건 자신을 사랑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는 거다. 모든 인물이 모자랐지만 날 사랑했으면 이런 비극까지 갔을까 싶더라. 사랑의 본질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나에서부터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근데 저도 날 덜 사랑하는 느낌이다. 모자란 모습이 인정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난 이거밖에 안 되나' 자괴감에 빠지게 될 때도 있고. 이미 가진 게 있는데 사람은 갖지 못한 것만 보게 되는 것 같다"고 작품에 깊이 공감하며 감상에 젖었다.
그러면서 그는 "'마스크걸'은 강렬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서 신선했다. 이토록 강렬한 노인이라니(웃음).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여성은 본 적 있어도 '이렇게 나이 든 노인이 장총을 들고 나타난다고?' 여기에 대한 신선함이 있었다"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 이후 고현정과 다시 연기 호흡을 맞춘 소회는 어떨까. 염혜란은 "'디어 마이 프렌즈' 때는 많은 장면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리고 저는 좀 막대해 줬으면 좋겠는데 선배님이 워낙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늘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그 따뜻함이 느껴져서 정말 감사했다. 저에게는 (고현정이) 대선배님인데 이번 '마스크걸'에선 욕지거리를 해야 하고, 또 첫 신이 하필 육탄전이라 부담감이 엄청 컸다. 근데 선배님이 기분 좋게 너무 열정적으로 하셔서 제가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을 먹게 됐다. 힘든 티를 전혀 안 내시고 진짜 몸을 불살랐다. 선배님의 많이 덜어내는 용기도 부러웠다. 김경자는 모든 게 꽉꽉 채워져 있고 그게 발산이 된 반면, 모미는 침전된 느낌이고 모든 걸 덜어내야 했다. 시너지가 날 수 있었던 게 선배님이 그냥 존재하기로 만 한 모미 그 자체가 된 거다. 이를 현장에선 '나른한 카리스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온 힘이 쭉 빠져서, 등장만 해도 집중하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었고 그게 선배님의 내공이었다.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었다"라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주오남 과장 역의 안재홍과 모자 케미도 화제를 모은 바. 하지만 염혜란은 실제 만 46세로, 안재홍보다 불과 10살 많다. 장성한 아들을 둔 설정에 주저함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염혜란은 "제가 노안이라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닐 만큼 캐릭터가 훌륭했다"고 '마스크걸'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표했다.
안재홍과의 호흡에 대해선 "함께 합을 맞출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안재홍의 새로운 모습이 보여지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 행복했고 뿌듯했다. 사실 안재홍이 여러 시도 끝에 '멜로가 체질'로 댄디남, 도시남으로 거듭나지 않았나. 그럼에도 이런 변신의 용기를 갖는다는 게 정말 대단했다. 어떻게 보면 다시 어둠으로 들어가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주오남을 과감히 선택한 것에 배우로서 정말 매력적이고 그 어떤 모습보다 훌륭한 모습이라고 본다. 당신의 행보를 축복하고 최고의 배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고 진심 어린 응원과 찬사를 보냈다.
연일 대중과 언론의 극찬을 한몸에 받으며 전성기를 맞이한 소감을 묻는 말엔 "좋은 스태프분들이 모여 가능했다. 저는 그냥 작품의 한 부분에 불구하고 진짜로 좋은 스태프분들이 만들어서 잘 된 거다"고 공을 돌렸다.
롱런할 수밖에 없는 성숙한 태도를 지닌 염혜란. 그는 "진짜 복인 거 같다. 제가 시대를 정말 잘 탔다고 생각하는 게 시청자들도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여성상을 보고 싶다는 부름이 있었으니까. 저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 그런 수요가 있어서 많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제 얼굴이 옛날엔 개성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캐릭터가 애매하다며 살을 찌웠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다. 저 역시 자꾸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게 되고 이런 마음이 어떤 배우라고 없겠나. 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얼굴을 뜯어고칠 수도 없고 변신에 한계가 있지 않나. 그래서 오히려 평범함이 줄 수 있는 스펙트럼, 강점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소 이른 나이부터 '아줌마' 역할을 섭렵해온 행보에 대해서도 "'아줌마'의 미명 아래 다른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 주변만 봐도 전형적이지 않고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갖고 있는지. 엄청난 스펙트럼을 가진 아줌마들이 굉장히 많다. '아줌마' 한 단어로 40대 여성을 묶는 건 아닌 거 같고, 싫다. 그래서 벗어나려는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멋있고 많은 전사를 품은 아줌마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이전에 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매 작품 경이로운 연기 변신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염혜란은 "글(시나리오)의 힘이다. 없는 거에서 있는 걸 만들 수는 없다. 모두 글에 있었다. 김경자와 같은 배역을 맡은 걸 행운이라고 보는 게 영혼을 갈아 넣어 보여드릴 만한 장면과 글을 만났다. 다른 배우가 연기력이 낮고 이런 게 아니라 배우란 각자 쓰임이 다 다르고 보여줄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운이 좋게 만난 거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염혜란은 남다른 연기 비결을 묻는 말에 "처음 배웠던 게 '나'로 출발하는 것, 내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남의 말로 하지 말고 너의 말로 하라'는 가르침이 가장 컸다. 저로 접근하는 훈련들을 많이 한 것, 출발점이 '나'인 걸로 배운 게 그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을 때도, 수렁으로 들어갈 때도 '이 수렁을 기억하자' 생각했다. 이런 게 절 버티게 해준 힘이 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많이 힘든 것도 언젠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고 좋은 연기의 자양분이 되겠지, 써먹을 수 있겠지, 슬픔을 객관화하며 배웠다. 연기할 수 있어서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있던 지점이 있다. '마스크걸'은 자식이 죽는 상상을 해야 한 것처럼 배우는 고통 없이 할 수 없고 모든 작품에 고통을 담을 수밖에 없어서 '내가 배우는 왜 한다고 해서' 항상 괴로움을 느끼지만, 연기를 그만두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라고 진솔한 답을 들려줬다.
치솟은 인기에도 들뜨지 않고 중심을 단단히 붙잡았다. 염혜란은 "(인기) 체감은 못하겠다. SNS를 안 해서 잘 모르겠는데 코멘터리 영상 댓글들 보면 언어들이 다양하긴 하더라. 배우 송혜교, 류승룡, '경이로운 소문' PD님 등 정말 많은 업계 사람들의 응원과 칭찬을 받고 있어 감사드린다"라며 "다만 스스로에게 지금 좀 행복할 텐데 숨통 트일 때 조심하라고, 중심을 잘 잡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전성기라는 생각도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길 안에 있을 뿐이라 정점이겠거니 생각 안 하는 거다. 정점이면 좋은 일만 있겠나. 내려갈 일도 있으니, 봉우리의 끝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그냥 길을 계속 걷는 기분으로 가고 있다. 긴 배우 생활로 봤을 때 한 지점일 뿐, 흘러가는 거라고 본다"라고 앞으로도 뚝심 있는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롯데 '사령탑 잔혹사', 감독 7명 연속 중도하차→3연속 시즌 중 결별... 서튼마저 못 피했다 - 아이
- 뭘 좋아할 지 몰라 다 준비한 강풀의 오마카세 '무빙' - 아이즈(ize)
- 여자친구인 원더걸스 유빈도 응원했지만... 권순우, '6개월만의 복귀전' US오픈 1회전 탈락 - 아이
- '조규성 보자 깍듯이 인사' 이한범 미트윌란 첫 일정, 탄탄한 근육에 덴마크 팬들 기대 폭발 - 아
- BTS Jimin's 'Like Crazy' first Canadian 'gold single' in 10 years - 아이즈(ize)
- Im Young Woong's 2023 nationwide concert tour, 'IM HERO,' Unveiled - 아이즈(ize)
- BTS's Jin's first self-composed song, 'Tonight,' - 아이즈(ize)
- Winner of the Year - BTS' Jimin - 아이즈(ize)
- ATBO Donates Profit from 3rd mini album - 아이즈(ize)
- XEED Successfully Complete First Solo Concert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