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극으로 ‘동체시력’ 강화 첫 성공…“운동선수 능력 향상에 도움”

문세영 기자 2023. 8. 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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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을 '동체시력'이라고 한다.

국내 연구진이 뇌에 전기를 자극해 동체시력을 강화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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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한양대 제공.

움직이는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을 ‘동체시력’이라고 한다. 국내 연구진이 뇌에 전기를 자극해 동체시력을 강화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한양대는 30일 임창환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뇌에 미세 전류를 전달해 동체시력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행동과 뇌 기능’ 8월호에 실렸다. 

임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경두개 교류자극(tACS)’이라는 뇌 자극 방식을 적용했다. 두피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2mA(밀리암페어) 내외의 미세한 교류(AC)를 뇌에 흘려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통증 등과 같은 다양한 뇌 기능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울증, 난독증 등 뇌질환 치료 기술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경두개 교류자극에 단일 주파수의 교류 파형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특수한 파형의 전류를 활용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뇌 기능 조절이 시도되고 있다. 임 교수팀도 특수 파형을 이번 연구에 적용했다. 

연구에는 20명의 건강한 자원자들이 참여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상하좌우 중 한 방향에 좁은 틈이 있는 작은 링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빠르게 이동할 때, 링의 어느 방향에 틈이 있는지 맞히는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은 뇌 자극 전, 뇌 자극 후, 뇌 자극 10분 후 각각 진행됐다. 

실험 결과 가짜 뇌 자극을 주었을 때나 알파파의 피크 지점에 감마파가 삽입된 전류로 뇌를 자극했을 때는 틈의 방향을 맞추는 테스트의 정확도가 뇌 자극 전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알파파의 골짜기에 감마파를 삽입한 전류 파형을 이용했을 때는 정확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정확도는 10분이 지난 시점에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뛰어난 동체시력을 요구하는 직업군에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비행 도중 주변 환경이나 타깃을 정확하게 식별해야 하는 전투기 파일럿이나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인식해야 하는 탁구 또는 야구 선수, 상대의 주먹을 피해야 하는 복싱 선수 등의 능력치를 높이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미세 전류를 이용한 뇌 전기자극으로 뇌 기능이 향상된다는 다양한 보고가 있지만, 동체시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은 이번이 최초”라며 “실용적으로 쓰이기까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서로 다른 주파수를 결합한 전류 파형을 이용한 뇌 기능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향후 난치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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