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해병 수사단장, 9월8일 공수처 고발인 조사 출석
공수처, 'VIP' 언급 건도 살펴볼 듯… "녹취록 등 자료 제출 요청"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다음 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공수처는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박 대령의 국방부 관계자 고발 건과 더불어 이른바 'VIP' 언급 건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박 대령 측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박 대령이 내달 8일 경기도 과천 소재 공수처 청사로 출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고, 박 대령 측은 당일 오후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 대령 측은 지난 23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대령 측은 고발장에서 지난달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처리과정을 놓고 제기된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사건과 관련해 "이 사건 본질은 국방부 장관을 법률적으로 보좌하는 군사법 최고수장인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이 위법한 법률 조언과 집행으로 수사단장(박 대령)의 정당한 권한을 방해해 자신들이 위법행위를 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령 측은 "(그럼에도) 오히려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추후 '항명'으로 변경)라고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유족에게도, 국민에게도 씻을 수 없는 대역죄를 범했다"며 "이 사태가 진정되고 조기에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유 관리관·김 단장)을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박 대령은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했고 이달 2일엔 해당 보고서 등 관련 서류를 경찰에 인계토록 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 장관이 박 대령의 보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관련 서류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며 박 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했으며, 현재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에 '항명' 혐의로 입건돼 있는 상태다.
반면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보고서 등을 경찰에 인계할 때까지 이 장관이나 김 사령관으로부터 '보류하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고, 오히려 유 관리관이 "(채 상병 사고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며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 측은 유 관리관의 이 같은 요구가 채 상병 사고 관련 혐의자 명단에서 임 사단장을 빼기 위한 의도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는 박 대령 측에 이른바 'VIP' 관련 언급이 담긴 녹취록을 포함해 이번 사건을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제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가 전했다.
해당 녹취록엔 박 대령이 지난달 31일 국방부 유 관리관과의 통화 뒤 김 사령관과의 대화 과정에서 정부 최고위층을 뜻하는 소위 'VIP'가 거론됐음을 김 변호사에게 설명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박 대령이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도 포함돼 있다.
진술서에 따르면 유 관리관이 지난달 31일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해 "혐의내용을 다 빼라"는 등의 전화 연락을 해온 뒤 김 사령관도 "국방부에서 경찰에 인계할 수사 서류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박 대령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에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거냐"고 되묻자, 김 사령관은 "(오늘) 오전에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답했다는 게 박 대령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진술서 내용이 공개된 29일 김 사령관은 물론, 국방부 또한 그 내용을 부인하고 나서 박 대령 측과 군 당국 간에 재차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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