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만 바꿔도 이산화탄소 年1만6천t 줄일 수도 있다는 신기술 등장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에 색을 입히는 과정인 ‘도장 공정’에서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30일 공개했다.
자동차 제작 과정에서는 색을 입힌 뒤 마무리 작업으로 굽는다는 뜻의 ‘베이킹’이라는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때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오븐’이라고 불리는 장비로 뜨거운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차에 칠해진 도료(塗料)가 제대로 굳어서 나중에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도료 안에 든 멜라민 성분이 경화 반응을 일으켜 단단히 굳어진다는 것이다. 최소 140도 이상의 온도를 20분 가량 유지해야 이런 식의 경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 때 고온의 열기를 내는 오븐 하나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무려 약 873t(톤)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차는 최근 개발한 저온 경화 도장 공법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기존에는 140도 이상이어야 굳는 멜라민 성분이 든 도료를 썼지만 새로 개발한 도료에는 90도를 넘으면 경화되는 ‘이소시아네이트’란 성분이 중심이 됐다. 낮은 온도로도 굳히는 게 가능해지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인 게 핵심이다.
또 이 기술은 도료를 바꾸고 오븐은 온도만 낮추면 되기 때문에 추가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을 국내외 모든 현대차 공장에 적용하면 자동차 제조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1만6000여t(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소나무 200만그루, 면적 기준으로는 산림 1600만㎡가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이라고 현대차그룹은 밝혔다.
현대차는 울산 5공장에 저온 경화 기술을 시범 적용해 제네시스 G80을 시험 생산했으며, 지속적으로 공정을 운영하면서 기술 적용 가능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판매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기술력으로 탄소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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