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즈 조사단 "성 착취, 장기간 광범위하게 발생"

일본의 유명 연예기획사인 '자니즈 사무소'가 남성 연습생에 대한 창업자의 성폭력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구성한 외부 전문가 조사단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성착취가 반복됐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자니즈가 설치한 '재발 방지 특별팀'은 어제(2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월 말부터 3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해 얻은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이 팀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자니즈의 옛 연습생과 연예인, 자니즈 관계자 등 41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자니즈 창업자인 고 자니 기타가와는 1962년 자니즈를 설립해 '스마프'와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여럿 키워냈습니다.

2019년 사망한 그는 생전에 다수의 동성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사단은 자니 기타가와가 1950년대 이후부터 사망하기 직전인 2010년대 중반까지 성폭력을 가했고, 피해자는 적어도 수백 명에 이른다는 증언을 여러 명에게서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전문가들도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자니즈의 연예인 수백 명이 성적 착취와 학대에 휘말렸다는, 깊이 우려할 만한 의혹이 드러났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조사단은 이처럼 심각한 성폭력 행위가 있었음에도 자니 기타가와와 그의 누나인 고 메리 기타가와가 경영을 주도하는 친족 경영 탓에 피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메리 기타가와가 남동생의 범죄 행위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은폐하고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메리 기타가와의 딸이자 현 자니즈 사장인 후지시마 주리 게이코에 대해서는 취임 당시에 성착취 의혹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조사에 나서지 않는 등 임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며 자니즈가 자니 기타가와의 성착취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이들을 도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니즈는 "제언과 회견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개최할 기자회견에서 대응책을 성심성의껏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