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루에 63빌딩 4번 두를 수 있는 유리 생산”… ‘세계 최대 규모’ KCC글라스 여주공장

채민석 기자 2023. 8. 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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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1600도 용융로에 규사 등 원료 투입
성형-서냉-검수 과정 거쳐 유리의 모습 갖춰
하루 2400톤 규모 판유리 생산… 에너지 효율 고려한 ‘로이유리’에 주력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산업분야에 사용되는 특수유리 개발 중”

29일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소재의 KCC글라스 여주공장.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유리의 원료를 녹이는 용융로(용해로)가 섭씨 1600도의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공장의 푸른색 지붕과는 대조적으로, 내부는 24시간 365일 내내 15년간 끊임없이 가동되는 용융로에서 나오는 빛으로 인해 온통 붉은색이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여의도 63빌딩을 4겹으로 두를 수 있는 양인 2400톤의 판유리가 생산되고 있다. 모래의 모습을 하고 있던 원료들은 용융, 성형, 서냉의 과정을 거치며 점차 투명한 유리의 모습을 갖춰갔다.

경기 가평공장에서 온 규사(석영분이 포함된 모래)와 강원 영월공장에서 들여온 백운석(탄산염 광물) 등 원료들은 1600℃의 용융로에 들어가자, 금세 녹아 점성을 가지고 있는 붉은색 액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원료를 녹여 만든 ‘유리물’은 주석(朱錫)을 녹인 액체 위로 흘러 들어간다. 유리물은 물 위에 기름이 뜨는 것처럼 주석 액체와 섞이지 않는다. 주석액체 위에 평평하게 펴진 유리물은 200m 길이의 서냉(냉각) 장치를 통해 서서히 식혀지며 유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빠른 속도로 식히면 깨지거나 유리의 균일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서냉 과정은 30분가량 진행된다.

KCC글라스 여주공장 생산라인에서 완성된 유리가 나오는 모습. /채민석 기자

KCC글라스 여주공장은 1988년 9월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KCC그룹 창업주인 故 정상영 명예회장이 처음으로 불을 지폈다. 당시에는 한국유리공업 등 쟁쟁한 판유리 제조 기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KCC글라스의 판유리 자체 생산에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KCC글라스 여주공장은 1990년과 1995년에는 잇따라 판유리 2, 3호기를 준공하며 생산 규모를 점차 늘려갔다. 이후 지난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하루 1200톤 규모의 유리를 생산할 수 있는 판유리 7호기 라인을 가동하는데 성공하며,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판유리 생산 공장으로 성장했다.

판유리 산업은 ‘국가기간 산업’, ‘필수건자재’ 등으로 불리는 만큼,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판유리를 자체 생산하는 공장은 KCC글라스의 여주공장과 한국유리공업의 군산공장 두 곳 뿐이다.

KCC글라스의 성장 배경에는 지난 2005년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을 시작한 ‘저방사 코팅유리(로이유리)’가 있다. ‘낮은 방사율(Low Emissivity)’의 줄임말인 로이유리는 유리 사이에 은(銀) 입자를 뿌려 단열성능을 높인 코팅유리다. 여주공장에서는 은박막 코팅을 한 번 거친 ‘싱글로이유리’와 두 번 거친 ‘더블로이유리’를 생산하고 있다.

은은 적외선을 반사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복사열을 차단하고 가시광선만 투과시킨다. 실내를 밝게 유지하면서, 난방열이 외부로 방출되지 못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콘크리트를 마감재로 사용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국내 건축물은 통유리로 벽을 마감하는 추세다. 유리는 콘크리트에 비해 단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 차원에서 로이유리를 찾는 건물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 의무화 시행으로 전국의 주요 고급 상업용 건축물이 로이유리를 적용하기 시작하며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여의도 전경련회관(FKI타워)과 여의도 IFC몰, 강남GT타워 등에 KCC글라스의 로이유리가 들어가 있다. 디에이치라클라스. 고덕아르테온 등 재건축 단지에도 적용되고 있다.

용융로에서 나온 유리물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KCC글라스 관계자. /채민석 기자

로이유리 시장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KCC글라스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단일 제품으로만 여의도 면적의 약 12배에 달하는 3468만㎡가 넘는 양의 로이유리를 판매했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1조4436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KCC글라스는 건축용 판유리 시장에서 1위(점유율 50%)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다만 코팅유리 시장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만년 3위였던 LX인터내셔널이 2위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하면서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KCC글라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지난 2021년 인도네시아에 46만㎡(약 14만평) 규모의 신규 유리 생산공장을 착공했으며, 오는 2024년에 완공 예정이다. KCC글라스는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을 증설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거점으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변종오 KCC글라스 판유리사업총괄 부사장은 “건축물 에너지 사용 절감이 시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로이유리 수요가 급증해 추가로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향후 건축용 판유리 외에도 전자,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필요로 하는 특수 유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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