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로 몰려가 쾅…러 전투기들, 우크라 종이 드론에 당했다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8. 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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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공급한 종이 드론
폭탄 든 드론과 빈 드론 함께 이동
러 비행장 전투기 5대 손상

우크라이나 군은 30일, 종이 상자를 만드는 판지(板紙ㆍcardboard)로 만든 드론으로 러시아의 서부 쿠르스크 비행장을 공격해 5대의 러시아군 전투기를 손상시켰다고 발표했다. 드론 공격은 지난 27일 이뤄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에서 비행장에 대한 피해 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서로 약 240㎞ 떨어진 쿠르스크와 브라안스크 2개 도시가 ‘항공기 모양’의 우크라이나군 드론 공격을 받았지만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는 27일 오후 쿠르스크 비행장 부근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폭발 장면 동영상이 올랐으며, 최대 15건의 별개로 보이는 폭발 보고가 접수됐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비행장의 전투기 5대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한, 호주 방산업체의 '코르보' 카드보드 드론/SYPAQ

우크라이나 보안국(SBU)는 키이우 포스트에 “폭탄이 탑재된 종이 드론과 속이 빈 종이 드론을 섞어서 떼로 쿠르스크 비행장을 공격해 미그-29기 1대와 수호이-30 전투기 4대에 맞춰 손상을 입혔고, 이밖에 2개의 판치르 근거리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발사대와 S-300 방공 시스템 일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 종이 드론이 지난 3월 호주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호주는 당시 무인항공기 제작용으로 판지 약 3300만 달러 어치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며, “이 종이 드론이 전장의 정보 수집과 감시, 정찰 능력을 우크라이나 군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우크라이나는 매달 100개 가량의 카드보드 드론을 받기로 했다.

이 종이 드론은 호주 방산업체인 SYPAQ가 호주 정부와 제조 공급 계약을 맺은 ‘코르보(Corvo) 카드보드 드론’이다. 비에 젖지 않게 표면이 왁스 처리된 두터운 판지를 조립한 뒤 고무줄로 묶어서 날려 보내는 매우 간단한 형태다. 그러나 최대 비행거리가 120㎞에 달하고, 탑재중량은 최대 5㎏이다. 탑재중량에 따라 1~3시간 날 수 있다고 한다. 1대의 종이 드론이 최대 60회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SYPAQ 측은 밝혔다.

한편, 러시아군 동향을 전하는 친(親)러 블로거 ‘파이터바머(Fighterbomber)’는 텔레그램에 “이번 공격은 호주가 제공한 종이 드론의 첫 공격 사례”라며 “이 드론들의 엔진이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만약 전기가 동력이라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출발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약 16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호주의 종이 드론을 폭탄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변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호주 일간지 디 에이지(The Age)는 29일 “호주산 카드보드 드론이 러시아 비행장 공격에 사용된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군 장성 출신인 믹 라이언은 이 신문에 “코르보 드론에 폭발물을 탑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 SYPAQ 사의 종이 드론 제작 비용은 미화 670~3350 달러(약 88만~442만 원)선이다. 반면에, 수호이-30 전투기의 러시아 국내용은 약 4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번 공격에 동원된 종이 드론은 모두 16대였고, 이 중 격추된 것은 3대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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