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 손 넣어 '도수치료' 하다 인대 손상…"병원 책임 있다"

[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은 채 도수 치료하다 환자 인대를 손상한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은 채 도수 치료하다 환자 인대를 손상한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광주지법 민사 22단독(부장판사 채승원)는 A씨가 모 병원 운영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2월~3월 허리·꼬리뼈 통증으로 B씨의 병원을 찾아 도수 치료를 받았다. 당시 물리 치료사는 A씨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꼬리뼈를 펴는 미추 교정과 함께 샅굴 부위를 손으로 압박하는 치료를 했다.

하지만 이 치료 이후 A씨는 통증을 겪었고 결국 다른 병원에서 '오른쪽 고관절 서혜 인대 염좌' 진단을 받았다.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은 채 도수 치료하다 환자 인대를 손상한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A씨는 물리치료사의 과실로 다쳤다며 치료비 249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장은 기록을 토대로 해당 물리치료사의 과실과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병원에서는 원고의 통증 부위와 상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않고 의사와 협의·소통 없이 물리 치료사가 불필요한 꼬리뼈 교정, 장요근 이완 명목의 샅굴 압박이라는 방법의 치료를 했다"라며 "필요 이상의 물리력이 가해져 원고를 다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추 교정은 꼬리뼈 골절 위험, 다리 신경 마비, 신경통 발생의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피고인 병원에서는 그 누구도 원고에게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라고 덧붙이면서 "피고인은 샅굴 부위·고관절의 염좌 내지 긴장으로 인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은 채 도수 치료하다 환자 인대를 손상한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뉴시스]

다만 "원고가 심사숙고하지 않고 미추 교정을 요청한 점, 치료 과정에 발생한 통증에 대해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도수 치료는 방법이 타당하지 않은 것이었을 뿐 원고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시행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한다"라면서 "피고인은 치료비 합계액의 70%와 별도 위자료 4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