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일수록 아예 저렴하거나 아예 초고가이거나

송혜진 기자 2023. 8. 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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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000만원 넘는 수입차 판매 12% 증가… 최상급 오디오도 잘 팔려
리빙 시장에서도 ‘超 하이엔드’ 선호
1900만~3500만원 시몬스 ‘뷰티레스트 블랙’ 매트리스도 판매량 늘어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내놓은 초고가 매트리스 ‘뷰티레스트 블랙’ 중에서도 이탈리아 배우 소피아 로렌의 이름을 본 딴 ‘로렌’ 모델. /시몬스 제공

불경기일수록 아예 저렴하거나 아예 값비싼 ‘하이엔드’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초(超)양극화 현상이다. 하이엔드 오디오나 수퍼카 시장이 우리나라 인구와 견주어볼 때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침대의 경우도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매트리스일수록 더 잘 팔리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불경기일수록 초(超)하이엔드

최근 국내 초고가(1억5000만원 초과) 수입차 시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작년 한 대당 3억원 넘는 벤틀리는 우리나라에서 775대가 팔렸다. 한 해 최다 판매 기록이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전체에서 일본을 앞지른 1위였다. 평균 6억원 안팎인 롤스로이스는 작년 한국에서 최다인 234대가 팔렸다. 법인(회사)이 초고가 수입차를 대부분 사들이면서 수퍼카 시장을 법인이 주도한 덕이다.

수입차 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1억5000만원 넘는 수입차 판매량은 6242대로 작년 1분기보다 약 12% 증가했다. 1분기 전체 수입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초고가 수입차 시장은 활황이다.

시몬스 뷰티레스트 블랙 ‘루실’은 영화 ‘스윗 프랑세즈’의 여주인공 루실 안젤리어에서 따온 모델이다.

또 다른 초고가 차량인 포르셰도 비슷하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포르셰는 우리나라에서 올해 1분기 동안 2966대가 팔렸다. 지난 2014년 포르셰코리아의 법인이 설립된 이후 1분기 기준 최다 판매기록이다.

오디오 시장도 최상급 하이엔드 오디오가 가파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오드 메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시장을 갖춘 하이엔드 오디오 편집숍이었다. 한 대당 수 억원에 달하는 값비싼 제품들을 들여놓아 화제를 모았었다. 과연 이런 비싼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팔릴 수 있을까 했지만, ‘오드 메종’은 최근 부산 해운대에 두번째 매장을 열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현상

리빙 시장에서도 ‘초 하이엔드’ 선호 현상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국내 수면시장은 2011년 4800억원 정도에 그쳤으나 작년엔 3조원까지 선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6배가 넘게 커진 것이다. 소비자들이 사들이는 침대 매트리스의 가격 단위도 달라졌다. 최근엔 해스텐스(스웨덴), 덕시아나(스웨덴), 바이스프링(영국) 같은 유럽에서 들여온 프리미엄 침대부터 국내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 침대의 ‘뷰티레스트 블랙’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드밴스드 포켓 스프링을 사용해 최상의 수면 환경을 구현한다.
뷰티레스트 블랙 중에서도 최고 가격 제품인 ‘켈리’. 세기의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에서 따왔다.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블랙’은 지난 2016년 처음 출시된 초프리미엄 매트리스. 올해로 출시 7년차를 맞았다. 올해 소비 침체로 명품을 비롯한 사치재 소비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뷰티레스트 블랙’의 올해 1월~7월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가량 늘어났다. 또한 올해 출시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평균 300개 이상이 팔렸다. ‘뷰티레스트 블랙’는 1900만~3500만원(킹 사이즈 기준) 정도 되는 초고가 제품이다. 린넨 원단과 캐시미어 실크 패딩, 비스코스로 만들어져 사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탁월한 내구성과 통기성, 탄력성을 보여준다.

뷰티레스트 블랙은 또한 삼중 나선 구조를 지닌 ‘어드밴스드-포켓스프링’으로 만들어졌다. 1초당 0.0001m/s²의 작은 움직임에도 즉각 반응해 섬세한 지지력을 구현해낸다. 시몬스 관계자는 “기왕 돈 주고 제품을 산다면 조금 더 내고 고품질 제품을 사는 것이 낫다고 여기고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흔히 그랜드 제너레이션(GG)이라고 불리는 1950~1960년대 베이비부머부터 1970년대 X세대에 이르는 소비자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면서 “이들이 갈수록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값비싼 매트리스나 베게, 깃털이불 같은 제품이 더욱 가파르게 팔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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