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에서 +15로→꼴찌에서 2위로’...KT의 기적, 강철매직이 본 ‘전환점’은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8. 30. 10: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이강철 감독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서 9회초 선수 교체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올시즌 가장 ‘경이로운’ 팀을 꼽자면 어느 팀일까. KT를 택하는 이들이 많을 법하다. 최하위에서 1위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강철(57) 감독은 포기한 적이 없다. 그리고 ‘전환점’이 있다.

KT는 지난 6월4일까지 최하위였다. 시즌 초반 줄부상에 시달리며 전력 구성이 만만치 않았다. 5월에는 소형준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이탈하기도 했다.

현재도 김민수가 발목 수술로 시즌을 접은 상태고, 박시영도 팔꿈치에 다시 이상이 생기면서 뛰지 못하고 있다. 엄상백이 갈비뼈 미세 골절로 이탈했고, 박병호도 이제 제대로 뛰기 시작했다. 김상수도 발목이 좋지 않다. 강백호, 조용호 등도 없다.

KT 쿠에바스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런데 자꾸 이긴다. 6월7일 9위로 올라서더니 계속 순위를 올렸다. 7월은 5위로 마무리했다. 8월 들어 29일까지 22경기를 치렀는데 무려 18승 4패다. 승률 0.818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치를 찍고 있다.

첫 주 5승 1패를 하더니 2주차에는 4승 1패를 만들었다. 3주차에 다시 5승 1패를 기록했고, 4주차에 또 4승 1패다. 일주일에 딱 1경기씩만 졌다.

순위 상승은 당연했다. 지난 19일 마침내 2위까지 올라왔다. 꼴찌에서 2등까지 76일 걸렸다. 놀라운 페이스다. 6월2일 승패 마진 -14였는데 현재는 +15다. 이쯤 되면 무섭다.

KT 쿠에바스가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전에 선발 등판해 미소를 보이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내친김에 1위도 위협한다. 멀찍이 독주하는 듯했던 LG가 살짝 주춤했고, 4.5경기 차이가 됐다. 지난 19일 2위가 됐을 때 승차가 8경기였으니 열흘 사이에 3.5경기가 사라졌다.

이강철 감독은 “감독으로서 나는 하던 대로 하고 있다. -14에서 +15가 됐다. 이 말이 되나. 선수들이 워낙 잘한다. 지금 1위를 말할 수는 없다. 대신 잔여 시즌 판도가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꼴찌로 내려앉았을 때도 포기한 적은 없다. “‘그래도 우리가 10등은 아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꼴찌라고는 해도, 잘 보면 5위와 승수 차이는 아주 크지 않았다. 싸움은 된다고 봤다. 우리가 잘한 것도 있지만, 위에서 정체된 부분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조금씩 승수를 쌓고 있었다. 꼴찌 생각은 솔직히 안 했다. 6~7등으로 가면 가을야구도 멀지 않다고 봤다. 8월 들어 주간 5승 1패, 4승 1패씩 하고 있다. 너무 잘하고 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KT 쿠에바스(왼쪽)가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서 7회말 수비를 마치고 들어오는 고영표(오른쪽)를 응원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된다’는 생각을 품게 된 계기가 있었다. 외국인 투수 교체다. 지난 6월9일 보 슐서의 대체선수로 윌리엄 쿠에바스를 다시 데려왔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뛰었던 선수다.

2021년에는 KT 창단 첫 통합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특히 정규시즌 마지막 타이브레이커에서 보여준 7이닝 무실점 ‘미친 호투’는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겼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한 경기에 나서 7.2이닝 1실점 호투를 뽐낸 바 있다.

2022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2경기만 등판하고 떠나야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KT 유니폼을 입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12경기 75.1이닝, 8승 무패, 평균자책점 2.63을 찍고 있다. 70탈삼진-13볼넷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찍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서 5회말 위기 때 마운드를 방문해 쿠에바스(오른쪽)와 이야기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특히 8월 들어서는 5경기에서 5승을 따냈다. 등판마다 7이닝 이상 던졌고, 모두 1실점 이하로 막았다. 2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8이닝 1실점을 만들었다.

지난해 쿠에바스의 교체로 들어온 선수가 웨스 벤자민이다. 시간이 흘러 벤자민과 쿠에바스가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하게 됐다.

이강철 감독은 “5월 지나서 6월초까지 최하위였는데 이후 외국인 투수를 바꿨다. 쿠에바스를 데려오면서 ‘10위는 안 할 것이다’고 생각했다. 선발이 안정되면 승부가 된다. 쿠에바스가 온 이후 잘 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강철 감독의 애를 태웠던 쿠에바스다. 좋을 때는 좋은데, 아닐 때는 또 아니었다. 부상 때문도 있지만, 이강철 감독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교체한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KT 쿠에바스가 7월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번에는 다르단다. 이강철 감독은 “전에 있을 때도 하체 위주로 던지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하고 있다. 여기에 엄청 진지하게 임한다. 한 번씩 장난치고 할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또 여지없이 깨지더라”며 웃었다.

이어 “지금은 알아서 잘한다. 경기에서 집중력이 좋다. 농담이 아니라, 경기 때 보면 눈빛이 다르다. 또한 볼 배합도 잘하고 있다. 장성우와 호흡이 좋다. KBO리그가 어떤지 이제는 알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승세가 오롯이 쿠에바스 1명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그러나 쿠에바스가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자마자 호투 행진. 팀도 이긴다. 다시 데려오길 잘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