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른 中 '반일 감정'…배경엔 심각한 '청년 실업' 있다 [조재길의 마켓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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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간 감정 싸움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시위할 자유가 제한돼 있는 중국이지만 홍콩 등지에선 반일 구호와 함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반환하라는 요구도 거셉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앞으로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청년층 분노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정당성 논란은 차치하고, 중국의 강한 반발 뒤엔 정치·경제적 배경이 있다는 걸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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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간 감정 싸움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뒤부터입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한 중국인이 일본인 학교에 돌을 던졌고, 일본총영사관 인근에선 일본인을 경멸하는 낙서가 발견됐습니다. 장쑤성 쑤저우의 일본인 학교엔 여러 개의 계란이 날아들었습니다.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단체 여행 역시 줄줄이 취소하고 있습니다. 시위할 자유가 제한돼 있는 중국이지만 홍콩 등지에선 반일 구호와 함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반환하라는 요구도 거셉니다.
일본 내 반중 감정도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주요 부처 장관들은 일제히 “중국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생각하라”고 성토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중국 내 반일 감정을 다룬 뉴스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 나왔다는 겁니다. 오염수 방류 이전부터 꾸준했던 한국과는 다릅니다.
중국엔 언론의 자유가 사실상 없습니다.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신들도 당국 눈치를 봐야 할 정도이죠. 정치·외교 이슈의 상당 부분은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도 다르지 않습니다.
시진핑 지도부가 반일 감정을 독려·방치하고 나선 배경에 경기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폭발 직전의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 위기 속에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를 동시에 맞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는 5.1%(작년 대비)로, 종전 전망(5.2%)보다 하향 조정됐습니다. 내년 성장률 예상치는 종전 4.8%에서 4.5%로 낮아졌습니다.
당국이 기준금리와 주식거래 인지세를 낮추는 등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경착률 확률은 되레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취업난은 더 큰 문제입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습니다.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을 제외한 수치인데도 지나치게 높습니다. 장단단 베이징대 교수는 “1600만여 명에 달하는 취업 포기 청년을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이 46.5%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이미 취업한 청년 중 상당수 역시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앞으로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청년층 분노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건, 민간 경제의 활력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대신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해온 시진핑 주석 때문이란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공산당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위기 돌파 카드가 필요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일본은 미국보다는 만만한 상대입니다. 2010년 중·일 갈등을 겪던 시기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재미를 봤던 기억도 있겠지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정당성 논란은 차치하고, 중국의 강한 반발 뒤엔 정치·경제적 배경이 있다는 걸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재길 마켓분석부장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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