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영화, 관람평보다 에그를 보는 이유는
홍보 관계자 "에그지수가 높으면 장기 흥행 가능성 상승"
최근 한 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관람평보다 에그지수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연기자뿐만이 아니다. 영화 관계자들도 실제로 작품을 본 관객들만 남길 수 있는 영화관의 실관람평을 관심 있게 살피는 중이다.
CGV의 골든에그지수와 프리에그지수는 대표적인 실관람평이다. 이 두 가지 종류의 점수는 영화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골든에그지수는 작품을 본 사람만 남길 수 있는 평가다. CGV 측 관계자에 따르면 프리에그지수는 "영화를 향한 관심도의 사전 지표"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의미에서 관람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평가자로 참여할 수 있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실제로 관람을 마친 네티즌이 남길 수 있는 평점을 공개하고 있다. 두 영화관 모두 하트 버튼을 눌러 영화를 보기 전의 관객도 관심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중이다.
실관람객인지의 여부에 대한 인증은 꽤나 꼼꼼하게 이뤄진다. 작품을 감상하지 않은 관객이 평가를 남기려고 하면 '실관람객에 한하여 관람평 작성이 가능합니다' '관람 내역이 없습니다' 등의 메시지창이 등장한다. 온라인 예매를 하면 감상했던 작품이 기록으로 남아 어플, 홈페이지에서 평가를 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티켓을 구매하더라도 적립 등을 위해 회원 정보를 입력하면 연동이 되기에 마찬가지로 실관람평을 남길 권한이 주어진다.
실관람객이 남긴 평가라는 점에서 영화관 측이 제공하는 평점은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게시물, SNS 등에 나오는 후기글들보다 신뢰하는 네티즌들도 많은 상황이다. 높은 실관람평 점수는 관계자들이 작품을 홍보할 때도 자주 사용되는 중이다. 여러 편의 영화 홍보를 진행해 온 한 관계자는 "에그지수 같은 실관람평은 진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돈을 내고 작품을 본 실제 타깃들의 가장 냉정한 평가라고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전문가 평, 지인들의 이야기 등 입소문에 높은 신뢰도를 드러내고 있다. 실관람평은 입소문이 돌고 있다는 점을 어필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설득할 때 유용한 지표다. 에그지수가 높으면 장기흥행으로 갈 가능성이 상승한다고 바라본다"고 밝혔다.
CGV 측 관계자는 에그지수와 관련해 본지에 "실관람객들만 남길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관객분들이 많이 참고하시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대중성이 에그지수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귀띔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도 마니아층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있고 대중적으로 즐기는 작품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5일 오후 CGV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골든에그지수에 따르면 지난 6월 개봉한 '2022 영탁 단독 콘서트 : 탁쇼'는 99%를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은 4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반면 486만 관객을 돌파한 '밀수'의 골든에그지수는 93%다.
실관람평의 변화는 관객들의 달라진 반응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강한 호불호를 낳았던 '킬링 로맨스'가 대표적이다. CGV에서는 70% 미만이면 계란이 깨진 모양으로 표현된다. '킬링 로맨스'는 골든에그지수 61%를 보였는데 이후 70%대로 상승했다. 이하늬는 SNS에 "에그가 프라이가 됐다 다시 에그가 되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일주일 사이 평점이 2점이나 올랐다. 관객들 덕분이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내비친 바 있다. CGV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영화가 뒷심을 발휘하며 입소문을 타고 에그가 됐다. 에그를 단순히 호감의 지표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뒷심으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줬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관람평도 영화가 얼마나 사랑받기 충분한지를 완벽하게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먼저 평가한 관객들이 형성한 여론에 이후의 네티즌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콘서트 영화의 경우 팬심 때문에 높은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우, 관계자, 예비 관객 등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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