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러’ 영화의 날이 재앙으로… 美10대들, 전국서 패싸움 황당 이유

이가영 기자 2023. 8. 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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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각) '전국 영화의 날'을 맞아 수백명의 청소년들이 캘리포니아 북부 에머리빌의 베이 스트리트 쇼핑몰에 몰려들어 패싸움이 벌어졌다. 영상 촬영자는 "영화를 10분 정도 봤을 때 극장 직원이 대피하라고 했다"며 "경찰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 '이곳으로 모여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틱톡 bett_yu

단돈 4달러(약 53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미국 ‘영화의 날’이 재앙으로 변했다. 대형 쇼핑몰의 영화관마다 수백명의 청소년이 몰려들어 패싸움이 벌어지면서 총격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소셜미디어에 올릴 동영상을 촬영하려다 큰 싸움으로 번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CBS,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각) 미 극장주 단체는 ‘전국 영화의 날’ 행사를 열고, 영화 티켓 1장을 4달러에 판매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극장 체인 AMC 티켓 가격이 14~18달러(역 1만8500~2만3800원)인 것을 고려하면 4분의 1정도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지역별 영화관이 있는 주요 쇼핑몰에 청소년들이 수백명씩 몰리면서 곳곳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캘리포니아 토런스의 번화가인 델아모 쇼핑몰에는 1000명 이상의 청소년이 몰려들었다. 토런스 경찰 론 샐러리 경사는 “청소년들이 다른 청소년들의 싸움을 보기 위해 더욱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며 “부상자가 여러 명 발생했고, 적어도 한 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북부 에머리빌의 베이 스트리트 쇼핑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모여들면서 쇼핑몰 근처에서는 여러 차례 패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에서 총성이 울렸으며 한 청소년은 칼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보스턴에서는 AMC 영화관 두 곳에서 패싸움이 발생해 청소년 13명이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 중 가장 어린 2명의 나이는 고작 12세였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과 대치하고, 용의자를 체포하려는 경찰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보스턴 경찰은 “경찰관이 싸움을 말리자 한 10대가 차 위로 올라가 지붕을 쿵쿵 밟았고, 바닥에 밀려난 경찰관을 향해 무리들이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를 돕기 위해 뒤이어 출동한 경찰관의 등에 청소년이 올라타 목을 조르는 등 집단 폭행은 이어졌다”고 했다.

‘영화의 날’ 행사가 열린 27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의 한 쇼핑몰 주변에 청소년들이 몰려들어 싸움을 벌이고 있다. /LA타임스

일리노이주 시세로에서도 한 10대 소년이 총격 사건으로 부상을 입었고, 워싱턴주 사우스센터 쇼핑몰 근처에서는 청소년이 총기를 소지한 혐의로 구금됐다. 조지아에서는 영화관이 있는 아버플레이스 쇼핑몰에서 10여명의 청소년이 패싸움을 벌여 2명이 체포됐다.

영화관 직원들은 “전국 영화의 날은 재앙이었다”고 표현했다. 한 영화관 직원은 “내가 일한 것 중 최악의 날이었다”고 했고, 다른 직원은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는 아이들이 상영관을 뛰어다녔다”고 했다. 소란이 이어지자 몇몇 극장은 예정보다 일찍 문을 닫았다. 쇼핑몰 상점들 역시 출입문 뒤에 쇼핑카트를 쌓아 청소년들의 침입을 막는 등 혼란에 빠졌다.

‘전국 영화의 날’에 이같은 소란이 벌어진 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처음으로 개최된 ‘3달러 영화의 날’에도 19명의 청소년이 체포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게리 스팍스 경찰청장은 “지난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규칙을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곁에 머무르지 않았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영화의 날에는 자녀를 집에 있게 해달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올릴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시작된 가짜 싸움이 실제 패싸움으로 번졌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스팍스 청장은 “동영상이 아이들을 교육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며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순간 당신을 당황스럽게 만들 일을 벌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전국 영화의 날’은 전미극장소유주협회가 만든 비영리단체인 영화재단이 지난해 코로나로 침체한 극장가에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처음 만든 행사다. 올해에는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다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개최됐다. 하지만 2년 연속 청소년 패싸움과 부상 등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행사를 폐지하는 편이 낫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영화재단 측은 내년에도 영화의 날을 개최할 것인지에 대한 매체의 질문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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