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은 누구?…후보 3인3색

이경남 2023. 8.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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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름 올린 올드보이…김병호 HD은행 회장
'원조 포스트 윤종규' 양종희…검증된 경영인
일찌감치 이름 오르내린 허인…KB의 '상징'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을 내부출신 2인과 외부출신 1인 등 총 3명으로 압축시켰다. 국내 1등 금융지주의 차기 수장을 정하는 만큼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 모두 경력이 출중한 경영인들인 만큼 각축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김병호 베트남 호치민시 개발(HD) 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등 3인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 8일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시행하고 투표 등을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KB금융지주 회장 후보군. /표=김용민 기자 kym5380@

올드보이의 귀환…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김병호 베트남 HD 회장은 한동안 국내 금융권에서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인사다. 지난 2018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국제금융공사 한국사무소 고문, SK 사외이사 등 일선에서는 물러났었다.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금융과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다. 김병호 회장은 지난해 베트남으로 떠나 HD은행 회장을 지내고 있다. 해외 은행이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을 회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영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서울대 영문학과, 미국 UC버클리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학업을 마쳤다.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 뉴욕지점장,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 하나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 하나은행 총괄부행장, 하나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합병, 외환은행 인수, 하나은행의 베트남 투자개발은행 지분 인수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사업, 그룹 전략, M&A 등에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융권에서는 그의 이력과 동시에 네트워크에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금융 4대 천왕'중 한명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선임 과정에서 관치 금융 논란이 일었던 것을 고려했을때 정부 측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회추위가 선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중용받던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 이름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원조 포스트 윤종규, 양종희 부회장

내부 인사로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은 원조 포스트 윤종규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윤 종규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양 부회장은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했을 때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양 부회장의 능력을 눈여겨 본 윤 회장은 취임이후 그를 줄곧 중용했다.

그는 윤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KB금융지주 부사장, KB손해보험 대표이사, KB금융지주 보험부문 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윤 회장의 업적중 하나로 꼽히는 구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과정을 직접 챙기면서 비은행 계열사인 보험권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양 부회장은 KB금융지주 대표이사추천위원회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3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그가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경영능력을 발휘한 기간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점은 약점이다. 그룹 전체를 컨트롤 하는 금융지주 회장이지만 은행은 여전히 그룹내에서 갖는 위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인사들은 대부분 은행장을 지냈던 경험이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찌감치 이름 오르내린, 허인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 못지 않게 윤종규 회장의 파격적인 신임을 받은 인사는 또 있다.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다. KB금융 안팎에서는 허인 부회장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줄곧 꼽아왔다.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은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 겸직을 종료하면서 본격적으로 중용하기 시작한 인사다. 그는 지난 2017년 윤 회장이 물러난 KB국민은행장에 이름을 올리면서 차기회장 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허인 부회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윤종규 회장이 직접 주주들에게 소개할 정도였다. 

허 부회장은 KB금융지주 내에서 '상징성'이 돋보이는 인사로 꼽힌다. 그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KB금융지주 내에서 세가 강하던 구 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 출신이 아님에도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허 부회장이 은행장 자리에 오르면서 KB금융을 괴롭혔던 계파갈등이 종식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또 다른 '상징'은 허 부회장이 젊은 은행장의 시대를 알렸다는 점이다. 허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은행장으로 취임했던 2017년에는 유일한 1960년대 은행장이었다. 이후 다른 은행들도 연이어 젊은 은행장을 중용하면서 은행권이 세대교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은행장을 지내면서 KB국민은행이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것을 주도했다. 알뜰폰 사업인 'KB 리브엠' 사업을 주도했고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을 핵심 먹거리로 삼아 국민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KB금융지주 디지털전략을 총괄하기도 했다.

경영능력 뿐만 아니라 그의 과거 이력도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KB금융지주가 십수년간 노조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데에는 이러한 이력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 부회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대구고,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학교 동문이다. 허 부회장은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간 금융회사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을 이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강점이 될 수 있다.

그도 약점은 있다. 국민은행장 시절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투자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이다. 부코핀 은행은 올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줄곧 적자를 기록해왔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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