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단체 위기’ 대한테니스협회...회장의 독선과 배임? 떠나가는 직원들 [김경무의 오디세이]

김경무 2023. 8.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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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균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협회 제공


[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정희균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그의 형은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인 정세균이다.

정희균 회장은, 테니스 동호인 출신으로 지난 2021년 1월 회장 선거에 나서 주원홍·곽용운·김문일 등 엘리트 선수 출신 테니스인들을 제치고 제28대 회장에 당선됐다.

형의 덕을 본 것은 아니지만, 투표권을 가진 테니스인들은 든든해보이는 그의 배경을 믿고 표를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당시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건 그저 떠도는 얘기일 뿐, 테니스인들은 새 인물한테 변화와 개혁을 바란 것 같았다.

그런데 올해로 3년차인 정 회장 체제의 대한테니스협회는 지난 2021년에 이어 다시 한번 사고단체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말을 기한으로 테니스협회가 미디어월에 약속한 ‘육사코트 운영권 반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다시 협회 명의로 된 통장이 압류되는 사태가 최근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돈의 흐름이 막혀 협회 행정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회장이 개인돈을 내 어렵게 꾸려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니, 비정상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2021년에도 그랬으나 미디어윌 측의 양보로 타협이 이뤄져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3일 YTN의 단독보도를 통해, 정 회장은 ‘독선적 협회 운영’에다가 ‘배임 의혹’까지 제기돼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후 정 회장은 협회 홍보라인을 통해 공식으로 ‘정정 및 반론 보도문’을 내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가 하루빨리 감사에 나서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 회장의 재임기간 동안 사무처장 4명을 비롯해 1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협회를 떠났다는 사실이다. 이들 가운데는 정 회장의 ‘독선적 운영’, ‘부당한 회계 처리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협회를 떠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협회는 “최근 떠난 직원이 많은 점은 사실이나, 이는 협회 압류로 초래된 결과다. 당사자들은 어떻게 주장하는지 모르겠으나 회장이 알고 있는 직원들의 퇴사 이유는 다음과 같다”며 단기계약직을 포함해 15명의 퇴직 사유를 일일이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직한 몇몇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 회장의 안하무인격 협회 운영과 독선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계 담당 직원들이 회장의 무리한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다면 심각한 사안이다.

임기중 영입한 엘리트 테니스 선수 출신 전무이사는 아예 결재라인에서도 빠져 있다. 한 유명 선수 어머니는 “챌린저 대회 때마다 회장의 갑질이 심했다”고 했다.

그런 정 회장은 최근 전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발전을 위해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 출마 뜻을 밝힌 바 있다.

경기단체 회장으로서 협회를 사고단체 위기로 몰아넣은 가장 윗선의 책임자이면서, 마음은 국회의원에 더 다가가 있는 모양새다.

전민일보에 따르면, 정 회장은 “29년이란 정치 인생에서 중앙과 지역을 넘나들며 인적 폭을 넓혀왔다. 이젠 그 자원을 활용해 내 고장 전북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단체 회장이라고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태가 이런 상황에 이르자 각 시도 테니스협회 회장들은 30일 오후 협회 근처에서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협회도 오후 2시 이사회를 연다.

한 시도협회장은 “협회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작년 12월에도 내가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정 회장에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안 듣는다. 지금은 내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협회장이 할 일이 있고, 직원들이 할 일이 따로 있다. 그런데 정 회장은 자기가 다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회계는 담당 직원들에게 맡겨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테니스협회의 상황이 이런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도 테니스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임기 초반 정 회장 주변에 있던 엘리트 테니스인들도 이미 그를 떠난 지 오래다. 친 회장 몇몇 인사들만 그를 떠받들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대한테니스협회인가? 임기 중 국회의원 도전에 나선 정 회장에게 묻고 싶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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