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서 추락한 4살 아이 받아낸 伊 은행원, 시민영웅 등극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2023. 8. 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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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아파트 5층에서 떨어진 4살 여자아이를 기적적으로 받아 구해낸 은행원이 현지에서 시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X(구 트위터)에 "건물 5층에서 추락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는 자칫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추락을 목격하고 재빠르게 대처한 아구치 씨 덕분에 소녀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젊은 영웅에게 큰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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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리에레 델라 세라 페이스북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아파트 5층에서 떨어진 4살 여자아이를 기적적으로 받아 구해낸 은행원이 현지에서 시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원 마티아 아구치 씨(37)는 지난 26일 오전 11시경 여자친구와 함께 토리노 중심가에 있는 빵 가게로 걸어가던 중 도움을 청하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

비명을 들은 아구치 씨가 고개를 들어 위쪽을 보니 한 여자아이가 아파트 5층 발코니 위로 조금씩 기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고, 한 남자가 맞은편 건물에서 그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구치 씨는 아이에게 난간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쳤지만, 아이는 점점 더 바깥쪽으로 나왔다. 그는 “아이가 내 말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가 떨어질 위치를 계산해 그 아래에 섰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찰나의 순간에 눈을 감고 모든 것이 잘되길 바랐다. 손이 아닌 가슴으로 아이를 받아냈고, 둘 다 바닥에 쓰러졌다. 처음에는 충격이 너무 강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이가 살아있는지 알 수 없었는데 곧 울기 시작했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부모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거리로 나왔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구치 씨는 “나는 괜찮다. 부러진 곳도 없다”며 “난 운명을 믿지 않지만, 사촌이 빵을 사다달라고 전화하지 않았다면 그곳을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아이가 위험하다는 걸 알려준 그 사람이 없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고 이틀 뒤 병문안을 가 아이를 만난 아구치 씨는 “아이의 웃는 모습과 건강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는 다친 곳은 없지만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 소식이 화제가 되면서 아구치 씨는 시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스테파노 로 루소 토리노 시장은 “아구치의 행동은 영웅적이고 특별한 행동이다. 시를 대표해 감사를 표하고,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시민 공로상을 수여할 것을 시 의회에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X(구 트위터)에 “건물 5층에서 추락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는 자칫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추락을 목격하고 재빠르게 대처한 아구치 씨 덕분에 소녀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젊은 영웅에게 큰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아구치 씨는 “난 영웅이 아니다. 나는 우연히 그곳에 있었을 뿐”이라며 “어쨌든 이제 사람들은 내게 더 이상 살을 빼라고 말하지 않을 테니 내게도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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