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형 R&D로의 시스템 대전환… 연구관리 전문기관부터 혁신해야[기고]

2023. 8. 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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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윤지웅 경희대 교수,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2024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중 주요 R&D 부문은 3조4000억 원 감액된 21조5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감액 편성된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R&D 예산 감액편성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부 분야에서 횡행한 ‘R&D 브로커’ 등 급속히 증가한 R&D 예산으로 야기된 부작용과 비효율 등을 치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정부의 급속한 국가 R&D 예산 증가에 따른 부작용은 잠재돼 있었다. 정부예산은 2017년 약 401조 원에서 2018년 7.1% 증가한 429조 원, 2023년에는 609조 원이 넘었다. 6년간 정부예산이 52%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에 국가 R&D 예산도 2017년 약 19조5000억 원에서 2023년 약 31조1000억 원으로 약 59%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된 국가 R&D 예산을 부처로부터 국가 R&D 사업형태로 위임받아 대행하고 있는 기관을 ‘연구관리 전문기관’, 보통 줄여서 ‘전문기관’이라고 한다. 전문기관은 국가 R&D 사업의 기획부터 선정, 평가,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연구관리 전 과정에 대해 연구현장의 최전선에서 연구자들과 호흡하고 있는 핵심 공공기관이다. 이들 전문기관은 부처별 국가 R&D 예산증가에 따라 정부수탁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 역할이 커져 왔다. 예를 들면 국가 R&D 예산 규모 증가로 새로이 기획된 사업들을 포함해 주요 R&D 사업 수도 2018년 477개에서 2023년 1266개로 2.7배나 늘어났다. 즉, 최근 5년간 전문기관이 기획-선정-관리-평가해야 할 사업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주요 전문기관의 기획평가비와 연구관리 인력 규모는 여러 이유로 정체돼왔다. 이러한 제약으로 전문기관들은 고육지책으로 기획보다는 평가·관리 업무에 치중하고, 기획은 특정 단체 등 외부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사업의 기획 경험은 전체 직원의 10% 미만이라고 조사돼 기획의 전문성은 더욱 한계를 보인다. 나아가 일부 분야 전문기관은 평가·관리 체계 미흡으로 인해 특정 기관·기업이 반복적으로 유사한 R&D 과제를 수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R&D 브로커까지 등장해 전문기관의 청렴도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기술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PD) 제도는 일부 전문기관에서만 운영 중이다. 이마저도 PM, PD의 역할이 기획이나 연구과제 자문 중심인데, 그 권한과 책임은 제한적이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의 PM, PD는 기획부터 평가 절차 전반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반면, 우리나라 PM, PD는 전문성과 공정성 논란 속에서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인지한 정부는 2018년에 연구관리의 효율화 차원에서 전문기관들을 12개 주요 국가 R&D 부처들과 매칭하는 ‘1부처-1전문기관’ 체계를 구축했지만, 형식적인 정비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기관은 단순히 정해진 행정력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연구자와 정부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국가 R&D 사업을 기획하고, 책임지고 관리하는 핵심 주체다.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매년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지만, 해당 조사만으론 큰 틀에서의 현황만을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 상정한 ‘정부 R&D 제도혁신 방안’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연구관리의 입구부터 출구(과제 기획-선정-집행-평가)까지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연구관리전문기관의 역량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나눠 먹기 기획, R&D 브로커 등의 부작용이 노출되는 시점에 적극적인 정책 추진 의지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기회로 보다 혁신적인 ‘범부처 차원의 연구관리 전문기관 혁신방안’ 또한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혁신·도전의 선도형 R&D 시스템 대전환을 위해서는 연구관리 전주기에 관여돼 있고 연구현장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문기관의 역량 강화가 필수요건이 돼야 한다. 부처별로 지정 및 운영되고 있는 전문기관의 전문성 제고와 연구관리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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