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이한별 “분장 지운 안재홍 못 알아봐…싱크로율 위해 나도 ‘흑칠’” (종합)[DA:인터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2023. 8. 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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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신인 배우 이한별(31)이 첫 작품 ‘마스크걸’로 데뷔한 소감을 밝혔다.

이한별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인터뷰에서 “혼자 봤는데 내 분량은 못 볼 것 같아서 우선 선배님들이 나오는 3부부터 봤다. 재밌더라. 뒤늦게 내가 나오는 1부와 2부를 봤는데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아쉬웠다. 못 보겠어서 중간중간 멈추기도 했다”며 “선배들께서 축하해주시고, 많은 분들이 작품을 좋아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지난 18일 공개돼 전세계 190개국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김모미 역에 캐스팅된 이한별은 촬영 당시에도 대중에 존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 16일 ‘마스크걸’ 제작발표회를 통해 깜짝 공개됐다.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데뷔 무대였다. 긴장한 그의 손을 잡아주는 나나, 센터 자리를 내어주는 고현정의 모습에 훈훈한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한별은 “그날 굉장히 떨렸다.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도 모를 정도로 많이 긴장했는데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긴장을 많이 풀어주려고 도와주셨다. 잘했다고 격려해주시고, 박수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감독님은 딸 시집보내듯 눈물을 글썽거리셨다고 하더라. 그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선배님들께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그날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한별은 파란만장한 삶을 겪으며 극적으로 변모해 가는 3인 1역, 새 개의 다른 얼굴과 다른 신분인 인터넷 방송 BJ, 쇼걸, 교도소 수감자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김모미 역을 맡았다. 쇼걸 김모미의 나나, 교도소 수감자 김모미의 고현정과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것.

이한별은 “고현정 선배가 먼저 캐스팅돼 있었는데 같은 작품을 넘어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도 없어서 현실감이 없었다. 여기에 나나 선배도 캐스팅되고 라인업이 완성되면서 ‘정말 같은 역할을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첫 부분을 맡아서 이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걱정도 있었다. 서사를 잘 쌓아야 하는데 앞부분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 ‘모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역할이기에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담을 주시는 분은 없었고 ‘작품에 해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혼자만의 싸움이 있었다. 혼자 긴장했지만 선배님들도 이 캐릭터를 아껴주시고, 함께한 것을 좋은 기억으로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어 마음이 뭉클하더라”고 털어놨다.

긴장되는 마음에 아직 자신에 대한 평가나 반응은 많이 찾아보지 못했다고. 이한별은 “첫날 너무 궁금해서 반응을 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고 다 좋은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10개 중에 하나만 그런 게 있어도 마음에 남더라. 혼자 집에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서 ‘안 찾아보는 게 낫겠구나’ 싶더라. 친구들이 반응을 보내줘서 안 보진 않았는데 감독님도 좋은 기사와 반응을 캡처해서 보내주셨고 염혜란 선배님도 다른 배우들이 잘 봤다고 전해주셨다. 이제는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별은 원작 웹툰 속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민낯에 오히려 ‘흑칠’ 분장을 했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웹툰을 따라가려고 했다. 첫 촬영 후에 감독님이 조금 더 웹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하셨고 내가 못나질수록 좋아하시더라. 감독님께 맡기고 임했고 나는 내면에 더 집중하고자 했다. 괜찮나 싶기도 했는데 다들 좋아해주시니까 나도 동화되어서 신 나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낯에 광대를 살리는 분장을 했고 다크 서클도 칠했다. 나나 선배님 눈썹에 맞추기 위해 눈썹도 강조했다”면서 “분장팀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실 정도로, 현장에서 ‘각설이 같다’고 할 정도로 많이 분장했다. 분장 코너에 ‘모미 흑칠’ 코너가 따로 있었는데 장비가 점점 업그레이드되어라. 거의 유일하게 핸섬스님을 만나러 갈 때 뷰티 메이크업을 처음 한 것 같다”면서 웃었다.

이한별은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품을 할 수 있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내가 필요한 곳, 나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버텨왔다. 배우로서 나를 알아봐주신 감독님을 만났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제일 컸다. 못생기게 나온다는 걱정보다는 작품을 만났다는 기쁨이 더 컸다”며 “신 나게 더 찍었다. 웹툰 캐릭터와 닮았다고 하면 더 신 났다. 이 작품을 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고, 많이 배웠고,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가면서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한별은 안재홍의 분장도 이질감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분장을 지운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리딩 때 처음 뵀는데 모자를 쓰고 계셔서 제대로 된 얼굴을 마주한 적 없었다. 선배의 실물을 주오남으로 처음 접해서 그렇게까지(?) 분장이라고 못 느꼈다. 분장의 이질감이 없었다. 그 모습에 익숙해졌는데 촬영을 마치고 퇴근할 때 분장을 벗은 모습을 보고 못 알아봤다. 감독님 지인인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김모미를 향한 주오남의 상상 속에서 “아이시떼루요(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고백 장면의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한별은 “선배님의 일본어 아이디어로 완성된 장면이다. 그런 것을 캐치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명배우의 애드리브인가’ 싶더라. 직관하면서도 놀랐고 현장에서도 다들 빵 터졌다. 굉장히 초반 촬영이었고 키스신도 몰려 있었는데 덕분에 분위기도 많이 풀어지고 여러모로 좋았다”고 말했다.

상업 작품 첫 데뷔작부터 폭발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이한별. 그는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걱정이 생긴다. 불안하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나. 하나의 모습을 보여드렸고 여기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것도 예상이 안 되는 지점”이라며 “작품이 잘 되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개인적인 앞날을 생각하면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는 이한별은 어떻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됐을까. 고등학교 시절 연극 동아리로 활동한 경험이 있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성인이 된 후 우연히 관람한 1인극이었다고 밝혔다.

이한별은 “열정적인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면서 점점 재능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이 일을 계속 하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더라도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놓지 않을 것 같았고, 최선을 다 해서 살아보고 싶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한별은 필름메이커스를 통해 단편 영화 경험을 쌓았고 영화제작학교, 드라마 제작부와 영화 연출부를 거치면서 현장의 감각을 익혀왔다. ‘마스크걸’이 그에게 첫 상업 작품이지만 현장 자체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켜켜이 쌓아온 경험에 있다.

이한별은 “오디션 과정을 반대의 입장에서 이해해보고 싶었다. (배우 입장에서) 자신만의 캐스팅 정의가 없으면 버티기가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부분이 맞물려서 캐스팅이 되는 것이더라. 그렇게 활동하면서 조금 더 확신이 생겼다. 영화는 너무 재밌는 것이고 현장은 정말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갈증도 더 생겼다. 연기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백했다.

이한별은 영화 ‘소공녀’와 ‘윤희에게’ 같은 감성의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모미와 또 다르게 감정선을 촘촘히 쌓아볼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끌림이 있다. 이런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친절한 금자씨’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계속 기대되는 배우이고 싶다. 나도 작품을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작품을 기다리고, 보고 나서 ‘그때 그 영화 봤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즐겁게 버티면서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오래 연기하면서 많은 분들과 기다림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면서 같이 살아가고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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