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안시설 갖춘 ‘자연속 별장’… 역사 변곡점 ‘외교의 장’으로[Who, What, Why]

김현아 기자 2023. 8. 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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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세계 정상들의 휴양시설
한·미·일 회의 열린 캠프 데이비드
2차대전 땐 노르망디 작전 논의
중세시대 요새였던 프랑스 브레강송
영국 총리와 브렉시트 관한 회담
영국 1등급 국가유산 지정 체커스
시진핑 초청해 ‘맥주 회동’ 치러
각국 별장, 격식벗은 소통장소로
지난 18일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의 주 건물 로렐 로지. 3개의 회의실과 대통령 집무실 등이 마련돼 있다. 캠프 데이비드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한·미·일 단독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세계 각국 정상들의 휴양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함과 동시에 긴급하게 발생하는 업무 처리, 혹시 모를 건강관리 문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곳들이다. 정상들도 개인적으로 휴가를 떠나려면 방탄유리부터 통신 장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보안시설이 상당해, 다른 곳보다는 선임 지도자들의 ‘손때’가 묻은 공식 별장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언제든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니만큼 외교의 장(場)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캠프 데이비드와 더불어 프랑스 남부 최대 휴양지 코트다쥐르 지역의 브레강송 요새, 영국 버킹엄셔주의 체커스 총리 별장이 대표적이다. 세계 외교사에 굵직한 ‘한 줄’이 될 역사적 사건들도 만들어진다.

◇요새부터 호수까지…세계 정상들이 이용하는 휴양시설 =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렸던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약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 캐톡틴 산맥에 위치한다. 약 73만㎡ 면적의 부지로, 골프연습장·수영장 등 각종 휴양시설과 업무용 공간이 모두 갖춰져 있다. 연방정부 직원용 휴양지로 건설됐다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붙인 이름은 ‘샹그릴라’였으나 34대 대통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자신의 손자와 아버지의 이름을 따 현재 이름으로 재명명했다. 주변이 숲으로 우거져 있어 ‘천연 요새’로 불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이 별장으로 사용해오던 브레강송 요새의 내부. 엘리제궁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의 대통령 별장은 실제 중세 시대 요새로 이용되던 곳이다. 남부 최대 휴양지 코트다쥐르 지역에 자리한 ‘브레강송 요새’로, 1968년부터 대통령의 휴양시설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이곳에 3만4000유로(약 4800만 원)를 들여 수영장도 지었는데, 당시 한 시민이 “수영장이 좋으냐”고 묻자 “바다가 천 배는 더 좋다”고 답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영국 총리들은 중부 버킹엄셔주에 있는 총리 별장 ‘체커스’를 전통적으로 이용해 왔다. 런던 시내에서 64㎞ 떨어진 16세기 건축물이다. 영국 1등급 국가 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캐나다 총리의 별장은 퀘벡주 해링턴 호수 인근에 마련돼 있다. 13대 총리인 존 디펜베이커 총리 시절 참모들이 ‘오타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용히 낚시할 장소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해링턴 호수가 별장 부지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의 아버지인 고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 시절 텃밭도 조성됐다.

◇‘외교의 장’으로 활용 = 정상들의 별장은 관저나 회의실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종종 외교적 상황에 동원된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를 두 차례 초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노르망디상륙작전을 논의하기도 했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이던 1959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주목을 받았다. 소련 지도자의 첫 미국 방문으로, 두 사람은 함께 미 서부 영화도 관람했다고 한다.

프랑스 남부 최대 휴양지 코트다쥐르 지역에 위치한 브레강송 요새는 브레강송 곶의 바위 위에 15세기 지어진 성채로, 1968년부터 대통령의 휴양시설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엘리제궁 홈페이지 캡처

마크롱 대통령도 브레강송 요새를 톡톡히 활용한다. 2018년에는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와 여름휴가 중에 만나 정상회담을 치렀다. 양 정상은 당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관해 논의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레강송 요새를 찾았다. 다만 이때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진행되던 ‘공정선거 요구 집회’를 언급하고,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를 들끓게 한 ‘노란 조끼 시위’로 응수하며 신경전이 오갔다.

영국 체커스 별장 역시 1921년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전 총리가 처음 사용한 이후 각국에서 외빈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의 초청을 받았다. 당시 별장 인근 펍에서 ‘피시 앤드 칩스’를 곁들인 맥주 회동을 해 ‘중국-영국판 장원(庄園) 회동’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장원 회동은 시 주석이 2013년 6월 미국을 처음 방문하며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격식을 타파한 채 만난 것을 중국식으로 이르는 말이다.

◇자유 여행 선호하기도 = 공식 별장보다 개인 리조트를 선호하는 정상들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주자로, 그는 캠프 데이비드보다는 버지니아주의 트럼프 골프장 또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기밀 문건을 반출, 보관한 곳으로 알려지며 뜻밖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 3일 자국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휴가를 떠나 눈길을 끌었다. 아내 아크샤타 무르티와 만난 ‘특별한 장소’이기에 미국행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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