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날 위협,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칼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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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2주 만에 또다시 분당 서현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비극이 재연됐다.
지난 8월 3일 평소 유동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인분당선 서현역의 한 백화점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것은 한창 퇴근할 시간대인 오후 6시 5분쯤이었다. 22살 최원종은 오후 5시 50분쯤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했고 차에 치인 6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충돌 직후 차량이 부서져 움직이지 않자 최원종은 칼을 들고 차량에서 내린 뒤 곧바로 인근 백화점에 들어가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서현역 쇼핑몰 1층과 2층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이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날 최원종의 범행으로 차량에 치인 피해자만 5명, 흉기에 찔리고 맞은 이는 9명에 달했다. 이 중 중상자 12명, 경상자 1명 등 1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 중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은 사건이 발생한 며칠 뒤 결국 숨졌다.
최원종은 배달업 종사자로 안정적인 직업은 없었던 상태였다. 경찰 수사 내내 피해망상 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경찰 조사 결과 정신병의 일종인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자신을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원종은 지난 8월 10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피해자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지금 병원에 계신 피해자분들은 빨리 회복하셨으면 좋겠다”며 “사망한 피해자분께도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유가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반성문 제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치소에 가서 쓸 계획”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숨진 60대 여성(고 이희남 씨)의 남편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 아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거 보고 내가 완전히 미쳐버렸다. (아내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제 첫사랑”이라며 “차 사고가 아니라 완전히 테러”라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지난 8월 4일에는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교사가 20대 남성에게 습격당한 것.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지난 8월 4일 오전 10시경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다가 검거됐다.
A씨는 당시 학교 정문에서 신분을 묻자 ‘졸업생’으로 소개한 뒤 교내로 들어갔다. 이후 교무실에서 피해 교사 B씨를 찾았으나 ‘B씨가 수업 중’이라는 말을 듣고 교실 밖에서 1시간가량 기다리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온 B씨를 흉기로 찌른 뒤 도망갔다.
하지만 결국 A씨는 2시간여 만인 낮 12시 20분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고등학교 재학 시절 B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의 교과 담당 교사인 것은 확인됐지만 원한 관계를 뒷받침할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2021년부터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점, 평소 망상 증세가 있었다는 어머니의 진술 등을 토대로 망상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흉기에 찔린 B씨는 의식이 돌아오는 등 상태가 호전됐으나 한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 같은 ‘동기 없는 살인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5월 김성민이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하 아무개 씨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다. 2018년 10월에는 김성수가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다툼이 발생한 20대 남성의 얼굴과 목을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하기도 했다. 김성수는 다툼이 발생하자 자신의 집에 가서 등산용 칼을 가지고 와 범행을 저지르는 충동성을 보여줬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김성수)이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가정 폭력 및 학교 폭력 등이 이 사건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엄한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019년 4월에는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화재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2020년 7월에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의 설악산 등산로에서 2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 등산객을 칼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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