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퇴라고 하지만 팬들은 왜 ‘경질’로 받아들이나

백종인 2023. 8.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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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OSEN=백종인 객원기자] 28일 자이언츠 발(發) 오피셜이다. “래리 서튼 감독이 27일 사직 KT 경기 후 건강상 사유로 감독직 사의를 표하여 구단은 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하고 수용키로 했다.” 2021년 5월부터의 임기는 자진 사퇴라는 형식으로 종료됐다.

한편으로는 미묘한 시각도 있다. 유튜브 채널 ‘체육공단’이 이튿날 올린 콘텐츠다. ‘빵형의 잘하자’라는 코너다. 엠스플 박재홍 해설위원이 진행한다. 그가 밝힌 얘기다. “근데 이게, 어제 발표했나요? 사실은 하루 전에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심지어 가장 빠른 사람들은 이틀 전에도 이미 말들이 돌았고요.”

듣기에 따라서는 의미심장하다. 구단 발표와 부딪히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서튼이 먼저 의사 표시를 했다는 주장이다. 27일 밤에 뜻을 전달했고, 프런트 수뇌부는 다음 날 오전까지 숙고한 끝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는 얘기는 이런 맥락과 다르다. 때문에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측이 난무한다. ‘사퇴가 아니다.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짐작이다. 심지어 책임 전가를 의심하는 팬들도 있다.

정황상으로도 앞뒤가 묘하다. 자발적인 결정이라면, 적어도 직접적인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다. 미디어나, SNS를 통해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아직 없다. 적어도 이틀 동안은 그랬다. 알려진 것은 이종운 대행의 전언뿐이다. “마무리 잘해 달라고 나를 안아 주셨다”는 내용이다.

잔여 연봉에 대한 조치도 그렇다. 구단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출국까지 통역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예우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좋은 뜻이리라. 그러나 실눈 뜬 팬들에게는 다르게 보인다. ‘본인 의사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경질이니까 (계약상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다.’ 그런 수군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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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은 일이다. 그러니까 2012년 9월 하순이다. 히어로즈가 넥센으로 불릴 때다. 김시진 감독에게 계약 해지가 통보됐다. 10 게임 정도 남은 시점의 전격적인 발표였다. ‘막판인데, 그냥 마무리하게 놔두지.’ 비정하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러나 구단의 설명은 달랐다. “우리는 곧 후임 감독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4년이나 팀을 이끌며 고생한 분이 자리에 있는데, 그럴 수는 없다. 김 감독의 뒤통수를 치는 모양새는 피하고 싶었다.”

실제로 본인에 대한 통보는 하루 전에 이뤄졌다. 감독실도, 구단 사무실도 아니었다. 휴식일인 월요일(17일)이었다. 김 감독과 오찬이 마련됐다. 괜찮은 호텔의 근사한 자리였다. (여러 평가가 있는 인물이지만)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가 마주 앉았다. 솔직한 사정을 전하며, 노고에 대한 치하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도 충분히 수긍했다. “전화로 하셔도 되고, 다른 사람을 시켜도 되는데, 이렇게 자리를 따로 마련하고, 직접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후임자 선정에는 3주가 걸렸다. 주루 코치가 내부 승진했다. 감독 염경엽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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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튼의 교체는 안타까운 일이다. (구단의 발표대로) 건강상의 이유가 맞는다고 치자. 혹은 (일부의 주장처럼)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고 치자. 하지만 100게임을 넘어섰다. 이제 36게임만 남았다. 이 시점에 완주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사퇴냐, 경질이냐. 이제 와서 그걸 따져서 뭐 하겠나. 팀 성적은 이미 곤두박질쳤다. 가을 야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져야 할 부분이 있다. 논란의 본질이다. 롯데라는 팀이 이제껏 보여준 행태다. 누적된 시행착오다. 이맘때면 되풀이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처리다. 그게 팬들의 반감 혹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제까지 17명이 자이언츠를 지휘했다(강병철 3회, 양상문 2회). 임기를 채운 사람은 절반도 안된다. 9명은 중도 퇴진했다. 1년을 못 넘긴 사람도 3명이나 된다. 잦은 교체와 경질은 그렇다 치자. 그 처리 과정은 매번 잡음을 일으킨다.

서튼 대신 팀을 맡은 것은 이종운 대행이다. 그는 1년짜리 감독 3명 중 한 명이다. 2015년 해임 과정은 익히 알려졌다. 시즌 종료 후 제주도에서 머리를 식히던 중이다. 단장의 전화 한 통화로 통보가 이뤄졌다. 후임자(조원우) 선정도 비슷했다. 심야 전화로 해결했다. 반나절 만에 이뤄진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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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인사는 중요한 문제다. 일사불란, 기밀 유지 같은 요소가 당연하다. 그러나 생략하면 곤란한 부분이 있다. 격식, 품격 같은 것들이다. 2012년 히어로즈의 경우처럼 말이다. 따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서. 정장 차림으로. 그런 구체적인 절차 말이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뚝딱. 이렇게 됐으니, 그렇게 아시오. 이러고 끝낼 얘기가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와중에 조금 시끄럽더라도. 감당할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 오해나 미심쩍음은 없어야 한다. 자세하고 소상한 전달이 필요하다. 그래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인식의 문제다. 존중과 성의의 문제다. 감독 당사자에 대해, 그리고 팬들에 대해. 공감과 설득의 프로세스는 중요하다.

야구를 잘해야 한다. 많이 이겨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될 리 없다. 대신 좀 더 폼이 났으면 좋겠다. 수긍이 가는 모양새였으면 좋겠다. 그런 구단 운영이 쌓여야 비로소 ‘명문’이라는 수식을 얻는다고 믿는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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