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오색분교’ 이야기가 시사하는바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무장해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폭염과 폭우가 오가고 길거리엔 이상동기 범죄(뚜렷하지 않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지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이는 폭력적 범죄)가 난무하며 무너진 교권으로 인한 논란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이 소음이 문제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서, 관련 소식을 접하는 이들의 정신적 피로감만 날로 쌓여가는 중이었다.
어쩌면 서슬 퍼런 분노로만 무장되어 있어서 문제를 정방향으로 풀어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지, 나름의 정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심리를 꿰뚫어 보았을까.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더없이 시의적절하며 무해하기까지 한 대상을 섭외했다. 지난 208회, ‘무장해제’라는 테마를 가지고 출연한, 강원도 양양군에 위치한 ‘오색분교’의 교사 김기웅과 김강연, 김택연 형제의 이야기다.
설악산 자락, 한계령 길목에 놓인 오색분교는 두 명의 교사와 5명의 학생이 전부인 작은 초등학교다. 김기웅 교사가 처음 부임할 당시 학생이 단 3명 뿐으로 이들이 졸업하면 폐교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아름답고 좋은 학교가 사라지지 않길 바랐던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기준 삼아 AI, 메타버스, 드론을 교과과정에 추가하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는 등 여러 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단 하루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전학해 오는 아이들까지 생겼는데 바로 강연, 택연 형제다. 부모의 권유로 오게 되었지만, 이전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다는 것만 빼고 아이들은 오색분교에서 보내는 초등학생으로서의 삶에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 심지어 아파서 학교에 결석할 수도 있겠다 싶던 날, 가지 못할까 엉엉 울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교사의 애정 어린 노력이 온전히 흡수된 결과다. 이는 강연과 택연이 두 진행자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모습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구체적인 장면을 하나 공유하면, 장래 희망을 묻자 강연은 안중근의 유해를 찾기 위해 유해발굴단이, 교통수단에 푹 빠진 택연은 철도기관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여타의 또래 아이들이 내놓는 답과는 꿈의 방향성부터 명확한 이유까지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기 좋았던 부분은 교사와 아이, 교사와 부모, 부모와 아이 간에 형성된 탄탄한 신뢰 관계다. 교사는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며 아이들은 이 마음에 반응하여 아름답게 성장한다.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교사에게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교사는 그런 부모에게 받은 감동으로 더욱 힘 있게 교육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마치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된 삼각대처럼. 각각의 관계가 든든하게 서서 현재 오색분교 학생들이 누리는 매일 가고 싶은,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교육환경이 어느새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즉, 오색분교가 ‘유퀴즈’에 나올 정도로 특별한 것은 다양한 체험학습, 새로운 교과과정과 그에 걸맞은 최신의 교육 장비 때문이 아니었다. 이것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으로 이를 가능하게 만든, 서로 간의 건강한 관계성이 주된 이유이겠다.
수렁에 빠진 교육의 전반적인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오늘 우리에게, 그야말로 가장 필요한 사례다. 게다가 요즘 이러한 관계성은 보기 드물고 뉴스에서는 연일 상반된 분위기의 이야기만 전해지니, 흡사 이젠 멸종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은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드물지 않게 존재하며, 이러하다는 사실의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올바른 방향으로의 해결을 위해 직시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스승의 날 축하드립니다”
오색분교로 부임한 지 4년째,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김기웅 교사는 강연, 택연 형제의 아버지에게 스승의 날 받은 손편지의 내용을 떠올리면 여전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오색분교를 그저 폐교 직전의 학교가 아닌, 아이들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아름답고 좋은 학교로 바라본 그의 시선과 노력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교사와 부모 간의 신뢰는 아이의 행복에서 돋아난다. 아이의 행복은 교사와 부모를 향한 신뢰에서 돋아나고. 포커스가 아이의 행복에 맞춰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 행복은 오롯이 아이의 기준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문득 드는 생각은 외부의 기준에 맞춰 행복 아닌 행복을 강요하느라 신뢰의 삼각대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아닐지. ‘유퀴즈’를 통해 더없이 시의적절하게 전해진 오색분교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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